④ AI 시대의 새로운 계약: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지난 칼럼들을 통해 우리는 AI가 만들어내는 세대 간의 단절, 그리고 부의 격차라는 보이지 않는 벽에 대해 이야기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격차는 벌어지고, 누군가는 로켓을 타는데 누군가는 자전거 페달을 밟아야 하는 현실은 분명 위협적이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변화의 파도 앞에서 개인과 조직은 어떻게 생존하고 또 성장할 수 있을까?
필자는 그 해법을 AI와 맺는 관계, 즉 ‘새로운 계약’에서 찾고자 한다. 과거에 기술을 단순히 기능적인 도구로만 대했던 낡은 계약서를 찢어버리고, 이제는 파트너로서 다시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장에서 발견한 이 새로운 계약의 구체적인 조건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AI를 기능적인 ‘도구(Tool)’가 아닌 지적인 ‘팀원(Teammate)’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많은 이들이 여전히 AI를 엑셀이나 검색엔진처럼 필요할 때만 꺼내 쓰는 도구로 치부한다. 하지만 AI 시대를 앞서가는 승자들은 AI를 나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주는 ‘가상의 동료’로 대우한다. 그들은 “이 보고서 요약해 줘”라고 일방적으로 명령하는 대신, “우리가 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데이터가 더 필요할까?”라고 질문하며 함께 해결책을 모색한다. AI를 단순한 연산 장치가 아닌, 대화하고 협력하는 파트너로 바라보는 이 작은 관점의 차이가 결과물의 품질, 나아가 성과의 격차를 만들어낸다.
둘째, ‘정답을 찾는 능력’을 내려놓고 ‘질문을 설계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솔직히 인정해 보자. 우리는 질문에 서툴다. 학창 시절 우리는 궁금한 것을 묻기보다 정해진 정답을 ‘틀리지 않고’ 맞히는 훈련을 주로 받아왔다. 교실에서 손을 들고 “왜요?”라고 묻는 건 수업 진도를 방해하는 눈치 없는 행동으로 여겨지곤 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AI 시대가 우리에게 가장 강력하게 요구하는 역량은 바로 그 시절 억눌렸던 ‘질문의 기술’이다. 정답을 찾아내는 건 이제 AI가 인간보다 훨씬 잘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진짜 능력은 AI라는 천재적인 팀원이 최상의 답을 내놓을 수 있도록,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21세기의 문맹은 학습 능력이 없는 자가 될 것이라 예견했다. 이 통찰을 오늘날에 비추어보면, 미래의 문맹은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AI에게 제대로 질문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될 것임이 자명하다. 이제 우리의 학습은 ‘무엇을 아는가’에서 ‘무엇을 질문할 수 있는가’로 중심축을 완전히 옮겨야 한다.
셋째, 조직의 리더부터 AI 활용을 먼저 실천하고 증명해야 한다. 아무리 비싼 AI 시스템을 도입해도 리더가 쓰지 않으면 조직 문화는 바뀌지 않는다. 회의 석상에서 이렇게 물어보자. “이 문제에 대해 AI에게는 어떻게 질문해 봤습니까?” 리더가 먼저 AI를 업무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그 효용성을 직접 보여줄 때 비로소 구성원들은 AI를 자신의 팀원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변화는 언제나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과 같다.
AI가 주도하는 미래는 정부의 정책이나 거대 담론만으로 완벽하게 대비할 수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의 태도다. 지금 나의 자리에서 AI를 대하는 관점을 도구에서 팀원으로 바꾸고, 새로운 계약, 더 나은 질문을 던지는 연습을 시작하며, 조직의 문화를 바꾸려는 작은 시도들이 모일 때, 비로소 우리는 AI가 세운 거대한 벽을 넘지 않을까.
▶김영기 위고컴퍼니 대표이사
*[AI가 주도하는 미래] 5회차 주제는 ‘요약 세대의 비극: 질문 없는 정답’입니다.
출처 : E동아(https://edu.donga.com) 김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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