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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DBD Apr 18. 2023

동구밭┃공존하는 법을 제시하는 브랜드

Brand dict.

사회를 꾸리는 구성원들은 몇 가지 커다란 규칙과 테두리 안에서 살아간다. 그 안에서 구성원들은 공존한다. 하지만 모든 구성원이 공존할까? 진정한 공존이란 무엇일까? 동구밭은 공존에 대해 생각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브랜드다.



©동구밭


착한 기업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소비 활동을 할 때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내가 이게 꼭 필요한가? 라는 질문과 그럼에도 사고 싶은 욕망이 대립할 때 그냥 후자를 선택해 소비한다면 분명 마음에 드는 것을 샀음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찝찝함은 어쩔 도리가 없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착한 기업의 물건이라면 그 딜레마가 너무도 쉽게 해소된다. 소비하는 행동이 이로운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을 알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이점이 될 수 있고 소비자 역시 더 가뿐한 마음으로 소비를 마칠 수 있다.


동구밭은 소위 말하는 착한 기업이다. 동구밭의 대표 슬로건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만드는 지속 가능한 일상'인데, 이 슬로건만 보더라도 동구밭이 지향하는 가치를 알 수 있다. 실제로 동구밭은 2022년을 기준으로 전 직원의 50% 이상이 발달장애 사원일 정도로 기업 중에서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단순히 사원수만 많은 게 아니라 월 매출이 증가할 때마다 발달장애인 사원을 추가로 고용하는 등 꾸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한다는 가치가 그렇게 대단한가? 라고 묻는다면 당장 거리를 보라- 라고 답하고 싶다. 우리는 사회라는 틀 안에서 모두가 공존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진정한 공존은 일상에 함께할 때의 가치를 말한다. 간단히 얘기해서 길을 걸을 때 우리는 얼마나 많은 장애인을 마주할까?


공존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일수록 약자가 잘 보이지 않는 사회라는 말이 있다. 동구밭은 조용히 배제된 또 다른 우리 사회의 구성원을 수면 위로 꺼내는 역할을 했다. 동구밭이 지향하는 가치인 '공존'을 차근차근 잘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발달장애 사원의 호칭도 '가꿈지기'라고 부르는데 동구밭 브랜드를 가꾸는 사람이자 비장애 사원들과 관계를 가꾸어 나간다는 의미에서 붙은 귀엽고도 다정한 호칭이다.


더 놀라운 점은 사원의 절반이 가꿈지기라는 점이 아니다. 동구밭이 설립된 이후로 단 한 명의 가꿈지기도 퇴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얼마나 많은 수의 사원이 함께하느냐보다 한 명의 가꿈지기가 얼마나 오래 함께할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한 가치임을 강조하는 곳다운 결과다. 이렇듯 동구밭은 이탈 없이 가꿈지기들과의 첫 번째 공존을 만들어냈다.



©소년중앙


공존은 사람과 사람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동구밭은 두 번째로 환경과의 공존도 만들어가고 있는 곳이다. 동구밭의 대표 제품이라고 하면 바로 떠올려지는 게 샴푸바인데, 처음 동구밭의 샴푸바가 유명해진 데에는 첫 번째 공존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데에서 비롯한 점도 있지만 몇 년 전부터 꾸준히 환경 문제에 관심 갖던 사람들에게 플라스틱 프리 제품으로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샴푸 용액이 담긴 플라스틱 통이 일반적이었던 상식을 깨고, 꼭 비누처럼 종이로 된 포장지 안에 깔끔한 샴푸바 하나만 담긴 것이 센세이션 하기도 했고, 그 자체로 깔끔하고 심플해 요즘 트렌드에 잘 맞아떨어진 점도 있다.


지속 가능함을 모토로 움직이는 동구밭은 불필요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제품을 제외하고는 자연에서 생분해되는 종이 패키지만을 유일한 포장으로 두었다. 또한, 동물 실험을 일체 진행하지 않고 동물성 원료도 사용하지 않아 오직 식물성 원료만으로 순하게 만들어졌다는 점 역시 제품의 메리트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환경친화적인 요소로 다가왔다.



©동구밭


글로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기록을 많이 만들어놓은 동구밭의 환경 발자국을 가져왔다. 환경을 지킬 수 있는데도 이렇게 우수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니! 모든 것과 공존하고자 노력하는 동구밭의 마음은 단순한 브랜딩 가치를 넘어서서 브랜드 자체의 경쟁력까지 갖출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동구밭은 장애인, 환경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와 공존하려 한다. 꾸준한 기부는 모두 투명하게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되고 있는데 기부 내역이 상당히 다양한 편이었다. 장애인 인권단체부터 이주여성인권센터, 어린이재단, 여성센터, 환경연합, 빅이슈(노숙인 일자리 창출 기업), 유기동물보호소, 카라 (동물행동권 단체). 이외에도 수많은 곳에 기부한 동구밭은 성별, 연령, 국가, 종을 떠나 같은 땅을 밟고 숨 쉬는 모든 이에게 공존이라는 가치를 선물하고 있다. 동구밭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에서 만들어지는 수익이 다시 여러 기부로 이어지고, 기부로 만들어진 사회적 가치가 탄탄한 브랜드를 완성하듯이 결국 공존의 시작과 끝은 모두 '우리'로 귀결되는 일이었다.


아이들에게 '착하다'라는 칭찬을 하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흔히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빠져서 나중에는 원치 않아도 그러한 행동을 반강박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같은 이유로 기업에도 너무 '착하다'라는 프레임만을 씌우는 것은 장기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도 얘기한다.


물론 사람은 그럴지 모른다. 하지만 브랜드는 개인이 아니다.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이용하고 이야기를 듣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기에, 동구밭이 개척하는 공존의 가치는 훗날 콤플렉스가 아닌, 또 다른 희망의 전염으로 돌아올 거라고 기대해 본다. 나 역시 동구밭의 다음 공존도 궁금해하며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이를 보는 사람들이 꾸준히 함께하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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