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DBD Apr 18. 2023

락피쉬웨더웨어 :

심플 컬러 블록 울터치 장갑 라이트 블루

수족냉증에게 겨울은 매섭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자니 찬바람이 들진 않지만 공기 흐름이 꽉 막혀 손에서 땀이 나고, 땀을 말리기 위해 손을 꺼내면 찬바람에 손이 마르며 더 차갑게 얼어버린다. 2n년을 이렇게 살다가 더는 안 될 것 같아 친구와 핫팩을 쥐고 걷던 날, 장갑을 구매했다.



첫 장갑은 메리제인으로 유명한 브랜드 '락피쉬웨더웨어' 에서 구매했다. 장갑을 고르기 전 내게는 몇 가지 철칙이 있었다. 첫 번째, 너무 길지 않을 것. 제품을 보다 보니 고무장갑 정도의 길이를 자랑하는 제품도 많았다. 하지만 자주 벗었다가 껴야할 점을 생각해 손목까지 가려주는 것들로 먼저 추렸다. 두 번째, 지문 인식이 될 것. 웬만해선 밖에서 길 걸으며 핸드폰을 보지 않으려 하지만 이왕이면 지문 인식까지 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지문 인식 기능을 필수로 확인했다. 이 두 가지를 모두 추린 후 남은 후보군에서 디자인적으로 예쁘고, 색이 마음에 드는 걸 고르니 심플 컬러 블록 울터치 장갑 라이트 블루 색상이 남았다.


제작 발송이었던 탓에 장갑을 샀다는 걸 잊고 살 때 쯤, 선물 같이 도착한 장갑은 깔끔한 화이트 컬러의 상자 안에 담겨 있었다. 하지만 상자를 열어보니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진한 초록색이 하얀 상자 속에 숨어 있었다. 상자 자체는 심심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열어보고 나니 진한 녹색의 포인트 컬러 덕에 기대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듯한 기분 좋음이 녹아내렸다. 로고가 선명히 박힌 부스럭거리는 종이 포장도 매력적인 브랜드다. 내가 산 거였지만 선물 받는 느낌을 내내 느끼게 해주는 포장 덕분에 브랜드의 포장이 주는 이미지를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다.



종이 포장을 들춰보니 너무 밝지도, 흐릿하지도 않은 선명한 라이트 블루 컬러의 장갑이 깔끔히 포개져 있었다. 파란색으로 고르길 잘했다고 느낀 건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 초록색 포장과 대비되는 색을 볼 때였다. 색이 주는 마법이 이렇게 대단하다니!


곧바로 장갑부터 껴봤다. 너무 두껍지 않지만 바깥 바람에 손을 내놔도 시리지 않고 포근히 느껴지는 느낌이 '아 왜 이제야 샀지?' 하는 생각을 불러오게 만들었다. 두 번째로 확인할 점은 주머니 속에 손을 넣었을 때처럼 땀이 차는가? 였다. 다행히 약 3주간 착용 중인 지금의 후기를 말하자면, 땀은 전혀 차지 않는다. 적당힌 바깥 바람의 차가움이 장갑 사이로 스며드는 건지, 손은 시리지 않고 보송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엄지와 검지에 반응해 부드럽게 잘 작동하는 지문 인식까지 뭐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없었다.


락피쉬웨더웨어는 2004년 영국에서 시작한 브랜드로, 영국 특유의 기후를 반영해 의류를 만드는 브랜드다. 영국하면 떠오르는 쌀쌀하고 습한 날씨에 걸맞게 장갑과 목도리 그리고 부드러운 벨벳 신발이 주력이 되고 있다. 방문해보지 않은 나라를 의류로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든 발상이 독특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락피쉬웨더웨어의 의류를 입고 쌀쌀한 겨울 혹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의 어느 오후를 걷는다면 마음만큼은 영국의 공원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장갑의 매력을 뒤늦게 알아버린 2023년의 겨울. 이제 나의 모든 해의 겨울에는 장갑이 함께하고 있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끼니를 잘 챙겨 먹고 있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