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때 제법 큰 교통사고로 다친 왼쪽 다리에 15Cm 정도의 흉터가 남아있다.
지워지지 않는 흉터자국처럼
내 안의 안전 운전의식은 무척 선명하다.
주말부부인 상태에서 두 아이를 키우려니 막막한 생각에
둘째 임신 중에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계산할 것 없이 내 운전 경력은 아이의 나이만큼이다.
아빠차보다 엄마차를 더 많이 탄 아이들은
실제 도로법규의 규정속도보다 조금 낮춘 엄마표 규정 속도에 익숙하다.
대학생 때 자작자동차 만들기 동아리 활동을 했을 정도로 차를 좋아하는 우리 남편이
95Kg의 거구를 귀여운 스파크에 구겨 넣고 출퇴근하는 모습은 내 눈에 그렇게 귀여웠다.
어머니는 저렇게 연약한 자동차를 타고 장거리 운전을 하는 아들을 내내 염려하셨고,
당사자는 급한 마음만큼 쌩쌩 달릴 수 없는 경차의 출력을 내내 아쉬워했다.
남편의 차는 이제 해마다 돈 먹는 하마가 되어
수리비가 차량의 매도값보다 더 많이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바야흐로 그에게 새 차가 필요한 때가 온 것이다.
우리 남편, 운전 참 잘한다.
특히 작은 틈바구니에 쇽쇽 예술주차할 때 내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온다.
다만 한 가지 신경 쓰이는 것은,
안전 운전 의식이 뇌의 깊숙한 곳까지 자리 잡은 내 입장에서 남편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느껴지는 것.
나는 그런 남편을 멈추게 할 수가 없다.
이것을 가능케 할 능력자는 우리 집에서 단 한 사람.
우리 둘째,
짧은 한문장으로 단숨에 그를 제압한다.
"아빠. 나 쉬 마려!"
삼재를 살아가는 오늘의 생각_23)
Brand New Day -5
자동차를 좋아하던 스무살 청년은
마흔 다섯살에 본인의 취향 범벅인 새 차를
갖게 되었다.
당신은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