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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의 뽐내기

by 진아름

지난 주중에 몇 차례 짧은 비가 내리길래

적은 양이나마 그 비에 기대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그럴수록 더욱 세찬 흡인력으로 제 나름대로 살아갈 거라고 믿고

일주일 만에 너희들을 만나러 갔어.




내 이럴 줄 알았지!




이토록 실하게 자라서

초록을 한껏 뽐내며

마치 탐스런 꽃다발 한아름처럼

나에게 안길 줄 알았어.







기특한 너희를 돋보이게 하고 싶었어.

깨끗이 씻어 봉지에 담는 것 만으로는 도저히 내 성에 차지 않아.


농장일을 마치고 약간 피곤한 상태였지만

마트에 들러


우유와 첨가물 함량 수치를 시소 위에 올려 아래쪽으로 무겁게 떨어진 치즈를 골랐어.

수분을 잔뜩 머금은 오이와

짭짜롬한 맛을 더해 줄 재료도 추가했지.

마지막으로 오늘 아침에 구웠다는 식빵까지 사서 집으로 돌아왔어.




무엇인가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수고로움

약간의 시간

약간의 정성

또 약간의 비용도 필요해.

애정은 그 모든 행위에 '기꺼이'라는 부사가 되어주지.


귀한 너희가 갈 곳 또한

심사숙고하여 마음 정한 뒤

무심한 듯 툭,


탁월한 아삭함으로

고유한 청량감을 오롯이 발휘할 거라고 믿는다.


나머지는 그저 거들뿐,

(로)메인은 너란다.

가서 그들을 이롭게 하거라.






삼재를 살아가는 오늘의 생각_22)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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