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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소비자

by 진아름

이마에 가로로 생기는 주름이 자꾸만 신경 쓰이던 어느 날

"아름아, 늦장 부릴수록 지각비만 더 나올 뿐이야. 너도 이제 보톡스 주사를 맞을 때가 되었어!"

이웃언니의 조언에 마음이 들썩인다.

그녀는 의료인이라 신뢰도 급상승.



"보톡스 한번 맞으면 멈출 수도 없고, 그거 맞으면서 늙은 동네 할마이 보니까 얼굴이 울퉁불퉁하더라. 절대로 맞지 말어라!!"



"아빠~

그래서.. 내성이 가장 적다는 수입산, 제일 비싼 거루 맞았어요~~"



"으허허허허. 아이구~ 못 말린다 못 말려."




40대쯤 되면

어디서 보고, 듣고, 먹어본 경험이 있어서

눈이 제법 높아진다.



주식이니 재테크니 자산이니-

숫자로 이야기해야 할 것들 중 어느 한 가지라도

나름대로 소정의 성과가 있어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고개라도 끄덕거릴 수 있다.



검소함은 미덕이지만

중요한 자리에 나를 초대해 준 이의 체면을 깎아내리지 않을 만큼의 단정한 교복 한벌 정도는 옷장에 준비되어있어야 한다.

(명품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현금 없이 왠만한 거래가 가능한 세상이지만 오랜만에 만난 지인의 자녀에게 까까대신 손에 쥐어줄 만한 만 원짜리 혹은 오만 원짜리 한 장 정도의 현금은 지갑에 넣어가지고 다니는 게 좋다.



앞만 내다보는 성공은 오히려 흉이 되고

좋은 이야기와 사람, 생각, 말, 태도 등을 갖추기 위해 스스로를 점검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삐죽빼죽 걷잡을 수 없이 모난 모습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런 소회를 내 손으로 쓸 자격이 있는지,

부끄럽고 의심이 든다.



미용실에 다니지 않고,

옷은 큰 딸에게 물려 입으니 살 일이 없고,

외출 시 간단한 도시락과 텀블러, 인스턴트커피를 필수품처럼 챙기는 생활습관 탓에

나에게도 검소함의 이미지 인플레이션이 있다.


그러나 나는

쓸 때 쓰기 위해 아낄 때 아끼며

취향껏 살아가고 있다.


나의 어린 딸도 이런 나를 귀히 여기어

과연 양말은 이태리제로 신겨준다.






삼재를 살아가는 오늘의 생각_28)


취향을 발견하세요.

가끔은 사치를 부려야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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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