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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거기서 뭐해요?"

by 진아름

바야흐로 수험생의 엄마력이라는 것이 필요해졌습니다.

아빠가 회사에 가듯이

엄마가 집안 살림을 하듯이

학생인 본인도 공부라는 것을 좀 해봐야겠다는 말을 투척한 신통한 제 큰 딸 덕분입니다.

평소에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아이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을 때는

'뭔가 대단한 결심이 섰구나' 엄마로서 반가운 마음이었습니다.

이내 곧 이 마음이 아이의 마음이 아니라 제가 한 번쯤 누리고 싶던 호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이는 지금 수행평가를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친구와 영상통화버튼을 켜놓고 공부를 하고 있거든요!!!!

낮은 말소리와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아이의 방 문을 넘습니다. 대화내용은 알 수 없습니다.

소리는 공기를 매질로 하여 이동하므로

하는 수없이 엄마의 귀에도 낮은 주파수의 웅웅웅 소리로 도달하여,

이로 말미암아 엄마는 네가 공부를 하는지

친구와 놀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는 말을 하고 싶었으나 꾹 참았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낮은 주파수의 그 소리가 끊이지 않자 이번에는 왼손 검지와 중지의 근육에 힘을 적절히 분배하여, 너무 큰 소리와 스타카토식 박자감에 사춘기 소녀의 (빈정)이 상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며 아이 방문을 두 번 정도 "똑똑" 두드림으로써 궁금함을 전달해 보고자 문 앞까지 다가갔으나 이내 그것도 꾹 참았습니다.


그리고 내 방에 들어와 내 방 문을 '쾅'닫아 소리가 부딪힐 벽면을 증가시켜 나에게 전달되는 것을 막아보았습니다. 소리는 멈추었으나 내 마음은 이제부터 시작이더군요.


'도대체 공부를 하는 거야 마는 거야'


왜?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으면 내 기분이 나쁘고, 아이가 집중해서 공부를 열심히 하면 나까지 기분이 덩달아 좋아지는 걸까? 문득 아이가 어렸을 때 이유식을 잘 먹으면 내 기분이 좋고, 이유식을 잘 먹지 않으면 기분이 꽁깃꽁깃해지던 내가 떠올라 웃음이 났다.


'난 변하지 않았구나'


나라는 사람은 전혀 변하지 않고, 대상만 이유식에서 아이의 공부로 바뀌었을 뿐인데 그것도 모르고, 나이 먹으면서 나름 쪼금은 더 성숙한 인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내가 발칙하다. 내가 달라진 게 없다는 크나큰 진실과 착각을 자각했으니, 이제부터는 진짜로 다른 눈으로 더 넓게 세상과 사람을 살펴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다짐을 적은 일기에 마침표를 찍기도 전에......



앗 지금 또 아이방에서 전화벨소리가 울렸습니다.

으으으으으으으ㅡ우우우우 우아!!!!!!!!!!!!!

아무래도 더는 못 참겠습니다. 오늘 저는 여기까지입니다!!




삼재를 살아가는 오늘의 생각_20)


지지고 볶고

기름치고 고춧가루 뿌리고 삽니다.

그래야 뭐라도 한 상 차려지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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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