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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명 May 01. 2022

날씬하지 말아요

살이 없는 건 비정상이야

우리 사회는 여성에게 비정상적으로 마른 몸을 권유한다. 말 하기도 입이 아프다. 뱃살이 하나 없는 것이 정상의 기준이 되고, 아파서 살이 빠지는 것조차 감사해한다.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그것이 당신의 건강을 해하고 있다고 말하기 위해서다. 단순히 최종 수명이 조금 줄어드는 정도(예를들면 90살 살 것을 80살까지 산다거나)가 아니다. 당장 당신의 인생을 끝내거나 망가뜨릴 수 있다.


식이관련 정신장애는 여성이 실제로 (정신 질환 때문에) 생물학적으로 사망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실제로 가까운 사례도 목격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난청과 이명 등을 극심하게 겪고 있는데, 그래서 앞으로 꿈꿨던 미래를 전부, 거의 반 정도 접어둔 상태이다. 다시 우울증 약과 불안증 약, 불면증 약까지 먹고 있다. 이명이나 청력 장애는 치료도 회복도 확실하지 않아서 겪는 이들의 삶을 진심 지옥으로 만들어버린다. 그 중에 이관개방증이라는 것이 있다. 알다시피, 의사들은 보이지 않는 병에 대해서 좀 약하다. 매번 의사마다 진단도 다르다. 나는 현재 난청의 원인이 직접적이라고 확실한 진단은 못 받았지만 이관개방증이 있는 것으로 의심한 의사도 있고 증상도 유사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해당 병증이 발생하기 전에 의도하지 않았지만 스트레스로 갑자기 5kg 정도 빠졌기 때문이다. 이관개방증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이 급격한 체중감소이다.


하지만 단순히 체중감소만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에 따라 연쇄된 나의 무의식적 반응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나도 대한민국의 여성으로, 그나마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어서 적극적 다이어트는 하지 않았지만 몸이 안 좋아서, 마음이 안 좋아서 살이 빠지는 것에 관대했다. 왜냐면 살이 빠지면 이 사회는 항상 바람직하게 보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아니고서야, 젊은 여자가 야위어가는 것을 사회는 아름답게 생각하고, 아무리 이성적으로 아니라고 생각해도 이를 무의식중에 동경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문제는 그렇기 때문에 급격하게 살이 빠졌을 때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않거나 그 대응이 느려지거나 그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살을 찌워야한다고 했을 때도 그래도 못내 마른 몸이 아쉬웠다. 그래서 건강하게 살 찌우는 법 등을 알아봤는데, 그건 참 어찌보면 다이어트 방법과 다르지 않았다. 한약이라도 먹어서 찌웠어야했는데.


지금의 귀 상태로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 행사에 갈 수 없다. 길을 다니는 것도, 마트에 나가는 것도 괴롭다. 스트레스에 취약하기 때문에 공부를 하지도 못하고, 준비하던 미래도 당분간 접었다. 참여하던 건 거의 전부 다 취소했고, 실업한 상태여서 다행이지 직장에 다니던 중이었다면 퇴사했을 것이다. 당장 수입이 없어도 가족에게 기대어 살 수 있음에 감사해야하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내가 갈 곳조차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돈을 벌 수가 없는데.


생활이 전부 무너지는데도 살 찌는 데 여전히 심적으로 무의식적으로 거부감이 든다. 다만 살이 찐다고 해서 현재 병이 고쳐질 수 있을지는 모른다. 의사들마다 진단도 다르고 아무도 모른다. 다만, 나는 그 와중에도, 죽을 것 같다고 울면서 밤을 새면서도 살이 찌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게, 나 혼자만이 아닐 것 같아 그 경험을 나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내 현재 무게가 소위 권장하는 "미용무게"도 아니다. 사람이 병이 날 정도로 야위고(급속히 빠지는 게 문제)주변에서도 팔에 뼈밖에 없다고 놀라는데도 미용무게가 아니다. 여성 연예인들은 아마 너무 마른 데 따른 병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제는 이러지 말자. 정상은 뱃살 하나 없는 몸이 아니라, 적당히 뱃살이 있고 지방이 몸을 보호하고 있는 상태이다. 고도 비만이 되면 장기적으로 몸이 안 좋을 수 있지만, 비쩍 마른 몸은 당장 당신을 해하고 실제로 죽도록 할 수 있다.


갑자기 살이 빠지면  즉시, 반드시,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는 데에 (특히 젊은 여성들이) 주저하지 않길 바라며.


(+ 참고로 급속히 살이 빠지면 해야하는 검사 중 하나는 당뇨검사이다. 살이 갑자기 빠지면 당뇨 검사 및 갑상선 기능 검사 등을 내과에서 한 번에 할 수 있다. 해당 검사들을 한 뒤, 큰 이상이 생기기 전에 얼른 몸무게를 그 전까지 회복시키길 바란다. 한약을 먹던, 홍삼을 먹던 소화불량이 생기지 않는 선에서 고단백 고칼로리식을 많이 먹고 잠만 자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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