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밤마다 화장실에서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심하게 났다.
분명 소리는 나는데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낮에는 안 들리고, 늦은 밤에만 소리가 대단했다.
귀뚜라미는 야행성이라더니...
몇 번이나 소탕 작전을 폈는데 찾아지지 않았다.
화장실이 넓은 운동장도 아니고 거실도 아닌데 안 보였다.
분명 소리는 나는데 실체를 볼 수 없달까.
혹시, 화장실 천장에라도 숨었나?
그러다 오늘 여유 있게 화장실 청소를 하다가
비누통 아래 숨어 있던 귀뚜라미를 찾았다.
크기도 크지 않은데 잔뜩 숨죽이고 있는 것 같은 그놈을 만났다.
'아. 이 놈이 여기 있었구나, 이 놈이 범인이었구나'
이 작은 화장실에서 며칠을 살아 있느라 너도 힘들었겠다.
어쩌다 우리 집 욕실까지 와서 구애의 울음소리를 내다니
그 소리를 누가 듣고 여기까지 와 주겠니?
나처럼 찾아서 내쫓을 생각이나 하지.
어쩌다 우리 집 화장실에 들어온 귀뚜라미를 맨 손으로 잡을 수 없어
비닐봉지에 겨우 넣어서 포획했다.
그리고 베란다 밖으로 던지면 타박상이라도 당할까 봐 1층까지 내려 가 화단에 놓아주었다.
어딘가 귀뚜라미가 살 곳으로 잘 당도하길 바란다.
지난 며칠, 밤마다 울어 젖히던 기백이면 충분히 잘 살아갈 거라 믿는다.
알았지?
네 덕분에 요 며칠 밤마다 두려움 반. 호기심 반에 답답함도 그득했다.
널 찾은 지금은 기막힘과 황당함이 한가득이란다.
'넌 어쩌다 우리 집 화장실까지 오게 된 거니?'
아무리 니 울음소리가 가을의 전령이라고 해도
너의 소리를 우리 집 화장실에서까지 불안하고 듣고 싶진 않구나.
다음부터 남의 집 욕실엔 절대 들어가지 말거라.
번짓수를 잘 찾아 들어가야지.
너희 종족이 있는 풀숲으로 찾아가거라.
자칫 화학제품 투성이 욕실에서 질식사할뻔하지 않았니.
아주 잠시 우리 집 화장실에 찾아든 귀뚜라미야 잘 가거라.
제발 좋은 데 가서 오래오래 목숨 부지 하거라.
귀뚜라미야. 안녕~
#귀뚜라미 #야행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