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처음 단편소설 초고를 완성했다.
1.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무라카미 하루키
누군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열 번이나 읽었다길래
'무슨 소설이길래 열 번이나 읽었을까?' 싶어 어제오늘 두 번을 읽었다.
처음은 전철 타고 가면서 듬성듬성 읽어서 무슨 이야기인지 100% 이해되지 않았고
두 번째 읽을 땐 '솔직하게 쓴 소설이구나' 싶어 스토리는 이해되었다.
그리고 전자책이라 군데군데 하이라이트 해 놓은 구절을 보니
하루키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제법 많이 써 놓은 것 같다.
근데 다시 한번 읽게 될는지는 모르겠다.
열 번씩이나 읽었다는 그는 왜 이 소설을 열 번씩이나 읽었을까?
사람들은 다 다르니까.
2. 단편소설을 써 봤다.
지난여름 단편소설을 필사하다가 '나도 써 볼까 싶어' 2주 동안 끄적이다가 처음으로 초고를 완성했다.
아니 초고를 써 봤다.
실제 생각만 2주를 했고, 글을 쓴 시간은 4일 정도나 걸렸을까?
아직 엉망이지만 '써 봤다'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런데 소설이라기보다 논픽션에 다큐 같다는 생각이 든다.
허구를 잘 못 쓰는 내가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쓰긴 썼으니 쓸 수 있으려나?
쓰고 나니 글이라기보다 내 이야기를 어디에 풀어놓고 싶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가을 친구의 황당한 죽음을 겪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나 보다.
나만의 애도방법으로 써 내린 건지도...
하루키의 데뷔작이라길래 새삼 별 생각을 다 해 본다.
사실 그 어느 때보다 글을 많이 읽고, 많이 쓰기도 한 가을인데
아직 드러내 보일 수 없는 글이다.
단편소설 필사 후 읽기와 쓰기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일단 글은 엉덩이로 쓰는 거라길래 당분간 계속 앉아 보는 것에 의미를 두려 한다.
3. 브런치에서 글 쓰는 알림이 왔길래 그냥 독백같이 적어 내린다.
브런치를 애정해야 할 텐데 자꾸 브런치가 어려워진다.
팝업을 다녀오고 더 멀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싸우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멀어지는 친구 같은 기분이랄까?
이상한 일이다.
잘 난 사람이 너무 많은 세상이라 의기소침해지는 걸까?
수많은 작가 사이에서 오히려 작아지는 기분이 종종 든달까?
그래도 애써 애정하려 한다.
알림글이 신경이 쓰이는 걸 보면 외면할 수 없는 그대다.
브런치는.
4.
오래간만에 솔직해지는 시간이다.
하루키 때문인가?
늦은 밤이라 그런가?
내일 아침에도 이 글이 그대로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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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소리를 들어라>를 읽으며 하이라이트 한 구절들.
- 모든 건 스쳐 지나간다. 누구도 그걸 붙잡을 수는 없다. 우리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 정직하게 쓰려고 하면 할수록 정직하지 않은 문장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장을 문학언어적으로 복잡화. 심화시키면 시킬수록 거기에 담기는 생각이 부정확해지는 것이었다.
- 타인과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라.
- 나는 좀 더 심플하게 쓰자고 생각했다.
- 글을 쓰는 작업은 단적으로 말해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사물 사이의 거리를 확인하는 일이다. 필요한 건 감성이 아니라 '잣대'다.
- 나는 마음속의 생각을 절반만 입 밖으로 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유는 잊어버렸지만 나는 몇 년 동안 그 결심을 실행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내가 생각한 것을 절반밖에 이야기하지 못하는 인간이 되어버린 사실을 발견했다.
- 바다를 보고 있으면 사람이 만나고 싶어지고, 사람을 만나고 싶으면 바다가 보고 싶어 져.(이 문장은 친구에게 전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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