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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이는 건 치웠기 때문이다.

노란 민들레에 이어 애기똥풀꽃을 뽑는다.

by 민들레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아이들이 막 유치원을 다니던 때라 지천에 있는 민들레 홀씨를 후후 불며 뛰어다녔다. 이사 온 첫 해에 그렇게 놀았던 것뿐인데 나는 지금 6년이 되도록 여기저기 피어나는 노란 민들레를 뽑기에 급급하다.

밭한쪽의 하얀 민들레밭을 사수하기 위해서 노란 민들레는 나의 적이 되었다.

너무도 잘 퍼지는 이 민들레는 어디선가 불쑥불쑥 자꾸 존재감을 내보인다.

일단 노란색이면 무조건 뽑았는데 아니 이 녀석이 뽑힌 와중에도 씨를 말려 퍼뜨린다.

민들레를 없애는 방법은 뽑아서 개울에 흘려보내는 것이다.


민들레를 열심히 뽑고 다니니 엄마가 애기똥풀도 엄청 잘 번지는 풀이니 그것도 마저 뽑으라고 하신다.

나의 밭 주변에 노란 꽃들은 이름을 알든 모르든 다 뽑힌다.

민들레와 애기똥풀이 사라진 밭에는 망초대와 질경이가 지천이다.

망초대와 질경이가 이렇게 많았던가? 생각해 보니 내가 노란색 꽃들을 뽑아버리고 나니 더 잘 보이는 것임을 깨달았다. 망초대와 질경이까지 뽑아버리고 나면 또 새로운 다크호스 잡초가 등장하겠지.

일단 올해는 노란 민들레와 애기똥풀까지만 하기로 한다. 잡초들은 나의 컨디션과 무관하게 정말 정말 잘 자란다. 효능이 있다면 이렇게 캐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어차피 뽑은 거 써먹기라도 하련만 효능도 모르겠고 그저 무념무상으로 뽑는다.


봄비가 단비로 많이 내렸다. 이제 뽑는 수준을 넘어서서 예초기로 깎아버려야 할 수준이 시작되었다.

민들레와 아기똥풀을 정리한 덕에 환삼덩굴도 가시박도 어린싹으로 많이 뽑아낼 수 있었다.

그래 잘 치워야 다른 것이 보인다. 정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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