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도질과 직각취침
가슴을 난도질하다.
주삿바늘로 헤집어 놓는 수준이야 난도질 까지는 아니겠지만 병원침대에서 가슴 6곳에 주사를 찔러 넣으며 그 단어가 생각났다. 불손하게도 생으로 가슴을 도려 냈다던 여성 독립운동가 분들 이야기도 생각났다.
검사할 목적으로 국소 마취까지 하니 그 아픔이나 상황이 비할바는 아니지만 전에는 전혀 상상도 안되던 단어의 상황이 상상 가능하게 되었달까? 검사하는 내내 위치를 바꾸면 안 된다고 하여 만세 자세로 누워있었다. 평소에 잘 때도 팔을 올리고 자는 버릇이 있는지라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으나 병원침대에서 의사를 앞에 두고 있는 상황은 긴장도가 높아져서인지 팔이 저리고 힘들었다. 그때 직각취침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남자만 국방의 의무를 지고 있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하마터면 여군으로 갈 뻔했지만 미수에 그쳤으니 군대의 모든 용어들은 나에게 외계어처럼 낯선 단어들인데 이번 일로 직각취침이라는 말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얼마나 긴장을 했으면 차렷자세로 움직이지도 않고 잠을 잘 수 있을까? 아마 자고 일어나도 온몸이 뻐근해서 전혀 피로가 풀리지 않는 잠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입으로만 머리로만 알고 있는 단어가 정말 많았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하루였다.
물론 내가 아는 모든 단어들을 직접 경험할 필요도 없고 몇몇 단어들은 정말 경험하지 않길 간절히 바라기도 하는데 이제 중년 이후를 살아가면서 몇몇의 단어들을 더 절절하게 몸으로 체감할 테고 몇몇의 단어들은 감사하게도 사전적 의미를 아는 것에 그칠 수도 있겠다.
병원침대에서 아프면서 괜히 눈물이 나던데 그런 단어들을 생각하고 뜻을 생각하면서 참았다.
난도질과 직각취침이라는 단어로도 위안을 삼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는 것에 안도했다. 새삼 독립운동을 해 주셨던 분들과 국군장병들에게 매우 매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