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자에서 당사자로
최근 지인이 암투병소식을 전해왔다.
뵐 때마다 건강해 보이시던 분이라 더욱이 놀라운 소식이었다. 이미 수술을 긴급으로 마치고 요양병원에 계신다는 말에 계시는 동안 몇 번 찾아가 차와 이야기를 나누고 올 때까지만 해도 내가 이렇게 조직검사 대상이 되어서 진료와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당사자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늘 한 치 앞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많은 속담들과 격언들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사실이라는 걸 하나씩 알게 되는 게 나이가 먹는다는 다른 뜻이기도 할 거다.
다음 주 화요일에 검사를 잡아두고는 모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전혀 아프지 않음에도 왠지 아픈 것 같고 아직 진료 전이지만 환자가 된 것 같은 미묘한 감정.
결과가 어찌 됐든 이미 벌어진 일이고 아무 일도 잡히지 않는다고 하여 마음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저 정해진 일정을 묵묵히 소화하며 기다리기로 했다.
아이들이나 신랑이나 부모님이 아프시면?이라고 가정할 때 현재로서 가장 (베스트)는 내가 아픈 것이다. 그것을 베스트라고 할 수 있다면 말이다.
아프고 싶어 아픈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는 걸 병원에 가득 찬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면서 또 진료를 기다리면서 수납을 기다리면서 이 많은 사람 중에 본인의 자의로 아픈 사람이 없다는 건 한편으로 무섭고 한편으로 위안이 되는 사실이었다.
어쩌랴 시간이 지나 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듣는 수밖에.
위로자에서 당사자로 입장이 바뀌는 건 정말 한순간이었다.
바라기는 또 이 일들로 다시금 위로자가 될 수 있기를. 별일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