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야말로 얼마나 다채로운지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면서 창문을 보면 꽃도 보고 계절도 느낀다.
멀리 산이 잘 보이는 날은 미세먼지 좋음이고 그렇지 않으면 미세먼지 나쁨의 바로미터로도 활용한다.
밭에서 실컷 구슬땀 흘려가며 몇 시간 잡초를 뽑고 들어와서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에 초록은 동색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문장에 반박하는 저 다채로운 초록물결.
하나도 똑같은 초록이 없다.
막 새순이 올라와 연초록인 것과 이제 수확의 시기를 맞아 누런색이 섞인 초록도 있고 한창 무성하게 꽃을 피우는 강렬한 초록까지 다채롭다 다채로워.
아니 내가 몇 시간 동안 그렇게 뽑아 버린 다양한 잡초들도 심지어 초록색들이었다.
이렇게 멀리서 보면 티도 안 나게 반듯해 보이지만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초록들이 또 숨어있는지.
초록색은 신의 색이라는 말이 맞다.
하나님 아니고서야 어떻게 저렇게 다양한 초록을 사용할 수 있겠는가.
평안해 보이는 저 초록의 물결에 나의 고생들이 숨어있다.
마을 이장님이 가끔 안부 물으시는 야생오리들도 한자리하고 초록의 그림에 등장한다.
처음에 이장님이 "거기 오리 잘 있죠?" 하셔서 이장님네가 키우는 오리인 줄 알았다. 그저 야생오리들이 잘 드나드니 농담으로 하신 말씀인걸 시간이 지나고 알았다.
초록사이 숨어있는 우렁이들이 오리들의 주 먹이인 듯 자주 와서 수영하다 간다.
초록은 다채롭기도 하고 어떤 색이든 품기도 한다.
해서 창문의 저 다양한 초록을 보며 오늘 내가 생각한 건 초록은 동색이 하나도 없다!라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