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들레 Nov 06. 2024

앞에는 테슬라 뒤에는 벤츠

도무지 속도가 나지 않는다  

시골에 산다는 게 아이들에게 학원에서의 탈출을 의미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실질적으로 무엇을 하나 배우거나 도서관을 가려해도 아이들의 수행기사가 되어야 한다는 건 

사실상 생각지 못한 부분이다. 뭐 항상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므로 퉁치기로 한다.


아이의 수업 시간에 임박해서 외길을 가고 있는데 앞에는 테슬라가 뒤에는 벤츠가 따라온다.

내 맘 같지 않게 가는 앞차도 답답하고 내가 막고 있으니 내 뒤의 벤츠도 꽤나 답답했나 보다.

어느 구불구불한 길 추월이 쉽지 않은 곳에서 벤츠가 추월하려 하길래 갓길로 살짝 비켜서 서행해 주었다.

그러면 빨리 갈 수 있을 줄 알았겠지만 비단 내 차의 속도가 원인이 아니었으므로 신나게 추월한 벤츠는 테슬라에게 막혀버렸다.


자 이제 나는 마음 편히 두 차의 주행을 지켜보며 내 속도대로 편히 가기만 하면 되는 길.

어차피 빠질 곳 없는 외길이라 두 주인공차도 지켜보는 나도 이 상황을 즐길 수밖에 도리가 없는 것이다.

나를 한번 추월한 벤츠는 한번 더 추월을 시도하려고 했는데 이런 반대편에서 포터가 오고 있다.

본인 차가 난다 긴다 해도 추월하기 위해선 반대 차선이 비어야 가능한 일.

그 후로도 기회를 노려보던 벤츠의 노력이 무색하게 처음 나온 회전교차로에서 테슬라는 슬쩍 오른편 마을길로 들어가 버렸다. 벤츠가 뻘쭘하니 이제야 속도를 내나 싶었으나 그 또한 시골길을 모르는 소리. 

이 구불구불 언덕길은 최고속도를 맘껏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추월하고 추월해서 결국 같은 목적지에 같이 도착한다.

장장 30여분 같이 달려 시내에 들어서서 벤츠는 직진 나는 우회전으로 드디어 길이 나뉜다.


그래 차종이 무슨 문제일까. 

물론 승차감은 훨씬 좋을 테지만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것이 같고. 도착시간이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같다.

아이의 수업이 있는 체육공원에 제시간에 도착하며 이제 10년 차 조금 느리게 달리게 된 나의 카니발에게 힘내라고 말해주었다.

테슬라도 벤츠도 부러워하지 않겠다고 나랑 잘 지내보자고.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목적지로 도착하기만 하면 된다고.

괜히 차를 달래는 척 내 마음 한번 더 토닥토닥 다독여주었다.

슬슬 차를 바꾸고 싶었던 차에 마음 한번 정리하는 계기를 만났다.

역시 테슬라랑 벤츠다. 큰 깨달음을 주었다.

(나를 기억하지 못하실 벤츠와 테슬라 운전자님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