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들레 Oct 30. 2024

들깨를 씻어본다

풀 대신 들깨

아마 이사 온 첫해에도 들깨를 심었던듯하다.

시기도 놓쳤고 어찌할 줄 몰라서 지인이 와서 마무리를 해주고 간 기억이 난다.

올해 텃밭 5년 차. 어차피 풀이 많이 날 테니 들깨나 심으라고 옆집 할머니께서 모종도 다 넘겨주셔서 꾸역꾸역 심은 게 제법 많이 수확했다. 이번엔 내가 마무리를 해보려고 할머니께 여쭤보니 물에 잘 씻으라고 하신다. 장장 5번을 씻어도 물이 생각만큼 깨끗하지 않아 옆집 할머니네 다시 갔더니 마침 거기도 깨작업 중.


백문이 불여일견.


할머니네 들깨를 같이 씻었다.

딱 한번 엄청 큰 고무통에 넣어 휘휘 건지는 게 끝.


나의 들깨는 5번을 씻었으니 깨끗하려나?

다 씻겨 내려가서 별로 나올 게 없으려나 궁금하다.

뭐든지 전문가가 쉽게 말하는걸 초보자가 따라가긴 어렵다.

씻어 건져!라는 말에 정말 한 번만 씻어 건지면 될 줄이야.


우리 집 깨가 풍년이라 생각했는데 옆집에 가보니 양이 7배는 된다.

순식간에 풍년에서  명함도 못 내밀 양으로 전락해 버린다.

그렇게 뭐든 비교하기 시작하면 내 행복지수만 낮아진다.

농사의 경력이 다르고 심는 평수도 다른데 수확물로만 비교해서 우울할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난 안 심었으면 못 거뒀을 들깨를 내가 먹을 만큼 수확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들깨는 위에 뜨는 것만 사뿐히 건지는 거라고 가라앉는 건 버리라고 알려주셨는데. 나는 뜰채를 막 휘둘러서 많이 건져냈다. 내년에 또 들깨를 하게 된다면  이번엔 처음부터 큰 다라에 해서 잘 건져 볼 수 있을듯하다.

이전 01화 비가 온다. 쉬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