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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중 전화가 반가울 때가 있다

한 번만 울리고 끊는 전화가 알려주는 것

by 민들레

나이가 지긋하신 지인이 있다. 80을 가깝게 바라보시는 분의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간 뒤로 연락을 드릴 때마다 조마조마하다. 한 가지 병명으로 시작한 병원생활에서 무언가 자꾸 늘어가는 병명으로 통화만 가능일 때가 주로 있었고 퇴원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나누고 다시 재발의 스케줄을 듣노라면 당사자만 하겠냐만은 나의 에너지도 땅 깊은 줄 모르게 아래로 아래로 꺼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신도시 아파트 숲 편의성이 엄청난 곳의 요양병원과 집을 오가는 그분은 나의 전원생활이 매번 궁금하고 매번 가고 싶다고 하시지만 정작 한 번도 오시려고 한 적은 없다.

소위 말하는 밥 한 번 먹자처럼 한두 번 지나칠 때 하는 안부인사라도 몇 년간 쌓이면 밥을 한번 먹던지 피해 다니던지 결론이 나야 되는데 이분과의 관계에서는 계속 밥 한 번 먹자만 몇 년째 쭉 이어진다.

모시러 가겠다고 해도, 그곳으로 가겠다고 해도 마다하시고 자꾸 보고 싶다 가보고 싶다 하시니 극 T라고 주변에서 말하는 나로서는 어찌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는 것이다.


며칠 전 핸드폰으로 뭔가 검색하고 있는데 그 지인의 전화가 울렸다. 딱 한번 울리고 끊어버리시니 부재중 전화목록으로만 남았는데 나는 그 전화가 괜스레 반가웠다.

아 아직 건강히(?) 살아계시는구나 싶어서.

내가 다시금 전화해서 안부를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다람쥐 쳇바퀴 도는 그 대화를 또 하고 싶진 않아서 그저 잘 지내시는 걸로 됐다 싶은 부재중 전화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분의 살아생전에 다시금 얼굴 마주할 기회가 있으려나? 요원하니 부디 무소식이 희소식으로 오래오래 건강히 지내시길 혼자 속으로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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