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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Thanksgiving!

by 블레스미

Happy Thanksgiving!!!!




11월의 하이라이트는
바로바로
땡스기빙!




한국에 있을 땐
일 년 중 5월이
제일 바쁜 달이었다.




아마 모두들 동감할 듯.




그러다
사는 곳이 달라지니
5월이 와도 그냥
오나 보다~~ 요 정도??
그 대신
11월이 톱스타로 떠올랐다.




우리 집 온갖 기념일에
땡스기빙까지 있으니
카드는 뜨거워지고
통장은 차게 식어간다.




땡스기빙은
매년 11월 네 번째 목요일이다.




미국에 와서
특이하다 생각했던 것 중에 하나가
기념일이다.
날짜를 한국처럼 몇 월 며칠로
지정한 게 아니고
몇 번째 주 무슨 요일
이렇게 정하고 있다.
그래서 매년 날짜가 다르다.




어쨌든
그래서 올해는
이번 주 목요일 11월 28일
오늘이 땡스기빙이라는 말씀.




추석도
앞뒤로 연휴가 붙듯이
땡스기빙이 속한 그 주는
'땡스기빙 브레이크'라고 해서
보통 수요일부터 학교도 회사도 오프다.




한국의 추석과 같은 명절이라
나름 민족 대 이동이 시작된다.
도로고 공항이고 간에
각오하고
발 들이밀어야 하는 날이다.




부모, 형제자매 모두 오랜만에 모여
오손도손 왁자지껄 화기애애.




이날의 음식은
메뉴가 정해져 있는데
일단 칠면조를 굽는다.




이때
칠면조 뱃속에 양념한 빵을 넣어
(마치 삼계탕에 찹쌀 넣듯)
같이 굽는데 stuffing이라고 부른다.
여기다가
메쉬드 포테이토와 크랜베리 소스를 먹고 사이드로는 그린빈스와 빵 등등
마지막엔 호박파이를 후식으로.




우리가
정해진 명절 음식을 하듯이
이들도 똑같다.




칠면조라는 같은 음식을
양쪽 할머니가 동시에 하게 되니
서로 더 맛있단 소릴 들으려고
신경전이 되기도 한댄다.




뭔가 통하는 명절 정서 ㅎㅎㅎ




이래서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는 말이 나오지~




일주일 전부터
장을 보기도 하는데
요즘 마트를 가면
아줌마들이 죄다 노트를 들고 다니고
아저씨들은 열심히 카트 운전이다.
매장에 식재료는
진열하자마자 동이 나기 일쑤고
계산대에는 줄이 줄이 아주 그냥...




처음에 우린
낯선 미국 명절에 감흥도 없고
같이 즐길 누군가도 없었기에
별 특별함 없이 흘려보낸 날이었는데
점차 적응이 되어가고
아이들이 커가니
이런 것도 경험이다 싶어
차츰차츰 원 안으로 발을 들이밀었다.




희한한 건
두 발을 다 들이밀었어도
막 막 즐거운 느낌은 없는?
뭔지 모르게 허전한?
공허한??




우리 4 식구가
다 모여 앉은 식탁이지만
우리 4 식구만
다 모여 앉은 식탁이라서
채웠지만 채우지 못 한 무언가가
느껴지는 날이더라.




미국에 살면서
제일 부러운 게 뭔지 알아?




남편은 오답을 쏟아내기 바빴다.
내가 속물처럼 보였나 싶은 대답들.




아니,
집 앞에 차가 가득 주차된 집.
그게 젤 부러워




미국은
거의 주택에 사는지라
차를 주차하려면
본인 집 차고에 일차적으로 하고
그다음은
차고 앞 driveway에 한다.
그래도 공간이 모자란다 하면
집 앞 도로에
일렬로 주차를 하게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저 집에 차가 몇 대인지
오늘 손님이 왔는지 안 왔는지를
단번에 알 수 있다.




우리 집 앞에도
차가 막 막 서 있었으면 좋겠어
그건 손님이 왔다는 거잖아
좋겠다..!
우리 집만 맨날 깨끗해.




날 속물로 만들던 남편도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찌찌뽕인가 보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구석구석을 뒤져서라도
일부러 한인교회를 나가서라도
관계를 만들 순 있다.




그치만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으니
뭔가 공갈빵같이
속이 텅 빈 관계이지 않을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이날 이때까지
우리 집 앞은 깨애애끗.




그러다 남편이 제안을 했다.




올해
집을 사서 이사도 하게 되었으니
회사에 있는

한국 직원들을 불러서
집들이 겸 땡스기빙 디너를 하자고.




한국 직원이 둘 있는데
그 가정과 친해 볼까도 했지만
아무래도 상사와 부하의 관계니
서로 거리를 두는 게 맞다 생각했던 터라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었다.




가까워진다고 한 들
그게 내 친구가 될 순 없잖아?
서로 남편 얼굴에 먹칠할까 봐
몸 사리는 관계겠지.

사람 욕심내면 안 된다는 걸
뼈저리게 배운 적이 있어서
겁도 났고.




그런데
내 맘에 칠갑을 했던 가시가
풀이 죽었나 보다.




그래 우리 집에서 밥 먹자고 해.




근데 뭔가 즐겁다.
흥분도 되는 거 같고.
기대도 되는 거 같고.




며칠에 걸쳐 장을 봤다.
캐비넷 속
온갖 접시들을 다 끄집어내고
포크, 나이프는 갯 수 맞춰
광이 나게 문질렀다
식사 메뉴는 어떻게 할지
후식은 어떻게 할지
그 집 꼬맹이들은 뭘 따로 챙겨야 할지
섭섭함 없이 아쉬움 없이 진행되도록
머리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지금 현재
초대 1시간이 안 남은 시간.




테이블을 세팅하고
음식을 차질 없이 준비시켰다.
폭탄 터진 주방을 정리하고
나도 손님맞이 준비 끝.




오늘
부엌에서만 만 보를 걷지 않았까?
자세히 보면 바닥이 파였을걸??
근데

콧노래가 나오는 이건 뭐냐.




오늘 저녁
하하 호호하는 시간




우리 식구 4명 목소리 위에
다른 목소리가 얹어져
2 중창 3 중창으로
온 동네방네 흘렀으면 좋겠다.


여기 지금 만차예요 만차!

'우리 집' 식사 손님만
특. 별. 히.
24시 무료주차 제공
발레 주차 제공
가능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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