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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by
블레스미
Dec 11. 2024
어제부터
온종일 흐린 날씨에
비가
오락가락 부슬부슬이다.
이런 날은 또
더더욱 커피 아니겠음?
요새 내 1인 다방에
랩탑까지 올려놓으니
커피 주문이 잦다.
여느 때처럼
아침 루틴으로 들어간다.
다른 시공간이 되어버린
한국 소식도 접하고
블로그 대문을 열어
이 집 저 집을 놀러 다니며
수다도 떤다.
그러는 동안
핸드폰에 계속 알람이 뜨는데
보통
이런 오전 시간 알람은 뻔하다.
오늘 날씨가 이렇다는 띵동
이메일이 도착했다는 띵동
스쿨버스가 올지 말지 띵동
아이들 학교에서 공지 띵동
5년 전 사진인데 보겠냐는 띵동
오늘 우편이 있나 없나 띵동
난 급한 일이 있을 사람이
아니기에
그러나 말거나
바로바로 확인하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왜 이러는 거야??
이웃집에서
손으로 신나게 떠들고 있는데
띵동 소리가 거슬릴 정도다.
한참을 놀다 일어나면서
핸드폰을 보았는데
얼핏 보니
별일은 없네 싶었다.
그중에
브런치 알람이 최신이길래
눌러보니
어...ㄱ..??!!!!
이건 내가 썼던
'집 밥 8.5단' 글인데..?
왜..??
잠시
뇌 정지,
눈 정지,
손 정지,
입도 벌어진 채
정지다.
그러더니
재빠르게 다시 가동된다.
아... 이게 그건가..?
브런치의 글들이
다음 메인에 뜬다는 걸
나는
얼마 전에야 알게 되었다.
그렇게 되면
평소보다 글 조회 수가 급등을 하고
그 알람으로
핸드폰은 폭발을 한다고.
이게 그건가 싶어
이제는
손과 눈을 열심히 굴려댔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못 찾겠다 꾀꼬리를 불러봐도
모르겠더라.
아니 다들,
어디서 뭘 어떻게 보고 있는 거지?
왜 나만 몰라??
안 되겠다 싶어 이웃님에게
SOS
그 글을 보고
다른 분께서 알려주시더라
앱을 열어서
이렇게 저렇게
찾아가면 보인다고.
동동거리는 날 위해
캡처까지 해 놓으셨다고.
와..
세상은 아직 따뜻한 게 확실해.
사실
평소에 네이버 웹 사이트만
들락거렸지
다음 웹 사이트는
정말 백 년 만에 열어봤다.
비번이니 아이디니
내 머릿속에서 사라진 지도
옛날이다.
말씀대로 앱을 깔고
찾아 찾아 들어가
화면을 슬슬 내리던 순간
쫘좐~~~
내 새끼가 여기 있었네~~
아니 근데 이게 무슨 일이냐고
정말..
이게 그럴만한 포스팅인가..?
아.... 니...
이.. 게...
와...
무슨 기준으로
뭐가 어떻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잠시 때리고 있던 멍을 깨고
얼른 캡처로 역사를 남긴다.
앱으로
들어가 보는 법을 알았으니
웹사이트로 보자 싶어
랩탑으로 다시 도전해 봤다
그런데
아무래도 배열이 다르다 보니
못 찾겠더라.
그래도
어딘가 있긴 한 거겠지 하며
새로고침을 눌렀는데
어....???
이건 내가 쓴
'기승전외로움' 이잖아??
보니
내 브런치 작가명이 맞다!!!
이거 오늘 모냐고~~
나 오늘 무슨 일인 거냐고~~
메인에 뜨면
영광이겠다 싶었는데
하루에 두 개가 오르다니
이건 나에겐 역사다 역사.
기분 좋은 흥분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생각해 보니
자랑할 데가 없다.
누구에게 알리고 싶은데
알릴 데가 없네 없어.
베프조차, 남편조차
알지 못하는 나의 부케라는 게
오늘 이리 통탄스럽구나!
그래서
냅다 달려온 곳이 이곳이다.
내가
'오늘'로 다시 태어난 이곳.
사실 블로그라는 건
나에게
여행 전 필요한 정보를 캐내는
검색 도구였다.
하나를 보면
그 안에 맛집이니 관광 지니
꿀팁까지 줄줄 이어지니
이만한 참고서가 없기 때문.
그러던 중
친한 지인의
글쓰기를 알게 되었고
그건
내 가슴에 던져진 횃불이었다.
나는 뭐지?
이 생각 하나로
몇 날 며칠 폐인이었다.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고
나라고 못 할 거 있냐 싶고
그래서 시작이었던 거다.
다른 이웃들처럼
글에 소질이 있고
자기 성찰을 하고
글을 좋아하고
독서를 사랑하고
.
.
이런 아름다운 이유는
나에게 없었다.
내 머릿속엔 오로지
'Why not me"
지나간 내 날이 아까운 만큼
오늘에 집중하자
그래서 내 블로그 예명이 '오늘'이다.
나라도 나를 축복하자 해서
브런치 작가명이 '블레스미' 다.
이렇게 한 발을 떼니
걸음마가 시작이 되네.
연예인들이
팬들 사랑 운운할 때
코웃음이었는데
이거야말로
이웃님들의 사랑인가 싶다.
걸음마 시작하는 아이
손잡아 끄집어 내주시고
넘어지면 일으켜 주시고
흔들리면 잡아 주시며
잘한다 잘한다
응원을 아끼지 않으시지.
이런 글 세상을 알게 된 게
올해의 대상 아닐까?!
오늘
이곳 '오늘' 에서
나 '오늘' 이
오늘을
'오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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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 승무원, 강사, 교수의 타이틀이 있던 삶이었습니다. 미국 이주 후, 한국어를 가르치며 초기화 된 제 인생을 스스로 구하는 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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