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올려 진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by 블레스미

고 과장은

경력직으로 들어온 직원이었다.



남편이 한국 본사에 근무할 때

옆 팀 직원이었는데

남편의 팀장은

그를 못 마땅하게 여기는 듯하다고 했다.



함께 작업을 하거나

그 직원의 이름이 오르게 되면

그 팀장은 항상 돌아서서 뒷말을 붙였는데



"어이구, 도련님이 어련하시겠어?!,

대단하신 분이 왜 여기 있대?!"



이런 식의 비꼼.



FM인 남편은

직장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가십 따위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일에 관해 맞으면 맞다,

아니면 아니다는 말만 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인지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관심 없이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렸다고 한다.



다만,

그냥 들어온 사람은 아닌가 보구나,

무슨 빽이 있나 보구나 라고 생각 한 정도.



하... 답답한 양반...



나중에 사모를 통해 들은 이야기로는

고 과장이

우리 보다 2개월 먼저 발령받아 이주를 했는데

우리처럼 짐이 올 때까지(보통 한 달 걸린다)

호텔에서 지낸 게 아니라고 한다.



한국에서 장기 출장자들이 오면

모든 것이 갖춰진 아파트에서 지내는데

그곳에 들어가

한 달 반을 내 집처럼 지냈고

그 때문에 한국에서 나오는 출장자들은

호텔로 갔다고.



그 얘기를

짐이 안 와서

3달째 호텔방 생활을 하고 있는 나에게

말해 준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아니 어쩜 뻔뻔하게 그럴 수 있냐며

대리 화까지 내주시는데

그냥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네.



고 과장의 그 빽이 누구인지

이 좁디좁은 주재원 부족에선

당연히 모르는 자가 없었다.

그래서

고 과장은 본인 스스로

말과 행동을 꽤나 조심하는 편이었고

예의가 있었으며

다른 주재원 가족들은 고 과장의 가족에게

한결같은 친절함과 상냥함을 보였다.

못돼 처먹은 부인들도

고 과장의 부인 L은 건들기는커녕

그리 온화하게 대할 수가 없더라.



서글서글한 성격의 고 과장은

남편에게 깍듯했으며

웰컴의 의미로

우리 가족을 초대하는 매너를 보였다.

거절할 이유는 없지.



그리고 솔직히 궁금했다

그런 남자와 결혼한 여자가.



연애 결혼이라 들었기에

도대체

어떻게 생기고 어떤 사람이면

그런 남자랑 결혼하는 걸까 싶었던 거다.



토요일 저녁,

우리는

동네에서 유명하다는 컵케익 집에 가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디저트를 사들고

초인종을 눌렀다.



역시나

아이들이 우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그들 부부를 보게 되었다.



훤칠한 키에 웃는 낯으로 문을 여는 고 과장과

착하고 순해 보이는 인상의 부인 L은

어서 들어오시라며 연신 허리를 숙였다.



집안은 아늑했고 주방의 열기로 후끈했다.

치워도 끝이 없는 장난감에

고생을 좀 한 듯했고

식탁에는

이미 L이 공들인 결과물이 올라 있었다.

떠돌이처럼 호텔 생활을 하고 있는지라

집 다운 집의 모습이라는 거 자체가 부러웠다.



고 과장 부부가 준비한 음식은

Pork Rib 바비큐와 파스타 그리고 샐러드.

한국에서 음식을 많이 하지 않았어서

솜씨가 없고 서툴다며

L이 벌게진 얼굴로 이야기를 하는데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그 정성이 너무 고마웠다.



고 과장은 붙임성이 좋은 성격이었다.

처음 보는 나에게도

망설임 없이 형수님 소리가 술술 이더라.

자신이 등에 업은 배경에

자아도취 한 사람일까 싶었는데

말투와 행동 모든 것이 정 반대였다.



그런데

나는

그게 오히려 계산된 행동으로 생각이 됐다.



본인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든 직원들의 관심 대상임을 잘 알고 있고

고 과장은

그것이 본인에게 보다도

본인의 배경에 먹칠이 될까 싶어

일부러 더 성격 좋게 행동하는 타입이랄까.



부인 L의 작고 통통한 체형,

평범한 외모는

뭔가가 있겠지 싶었던 나의 기대와

정반대였다.

지방 출신인가 싶을 정도로

순박한 말투와 표정.

그리고 고 과장에게 존댓말을 쓰던 L.

조선 시대에 순종적인 처 같았다.



아, 이런 여자여야

저런 배경의 남자랑 결혼할 수 있는 건가?

내 성격으론 틀려먹었네 하는 생각이.



두 가족이 앉아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준비한 음식에 디저트까지 해치우고도

늦은 시간까지 대화가 이어졌다.

가만 보니

우리보다 먼저 온 만큼 사모하고도

가까이 지내는 거 같더라.



11시 무렵이 되어서야 자리가 끝이 났고

인사하며 헤어질 때 나의 마음은

그 집에 들어 설 때와는 달리 편안했다.

우리도

이제

도련님과 친한 사이가 된 거냐며

남편과 농담도 했더랬지.



그 후로 내 핸드폰 통화 내역엔

사모와 L이 나란히였다.



사모도

우리 두 가족이 대면했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대뜸 전활 해서는

친하게 잘 지내 보라는 말을 남기더라.



그런데

그 다음부터 사모는 항상 통화할 때마다

L과 또 만났는지, 연락은 얼마나 자주 하는지,

연락하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모든 걸 알고 싶어 했다.



왜 이러지?



그 느낌은 마치

내가 서로 소개해준 두 사람이

더 친해져서

나만 빼고 놀까 봐 불안해하는 거 같은

그런 느낌이었달까.



허허..

고 과장 부인 L을 만나고

편하게 잘 지낼 사람 하나 찾았구나 싶었는데

이게 또 다른 피곤함의 시작이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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