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뭐지 싶어 잠시 멈춤이었다가
전화를 받았다.
내용인즉슨,
호텔 생활이라 밥 해 먹기도 힘들 텐데
때 마침 내가 오늘 저녁으로 삼계탕을 했으니
좀 가져가 먹으라는 용건.
나는 마치 보이는 통화를 하는 거 마냥
두 손으로 전화를 받고 있다가 손을 내저어 보이며
괜찮다고 아니라고
거의 절을 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저녁으로 종일 준비하셨을 텐데
상무님 오시면 맛있게 드시라 했더니
회의 때문에 늦어서 어차피 남편은 못 먹게 됐다며
얼른 와서 가져가라 하시더라.
사실
오전의 통화가 처음이자 마지막이길 바랐다.
그리고 이 관계가 더 깊어지지 않길 바랐다.
만난다는 건 어쩌다 마주치는 정도이길 바랐고
사적인 이야기는 할 수가 없는
데면데면한 인사가 전부인 관계이길 바랐다.
그런데 이건 뭔가 그 반대로 흐르는 거 같은...
더 이상의 거절도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이내 갈 준비를 했다.
그래도 첫 만남인데
후질그레한 여편네가 내 첫인상이 될 순 없잖아.
문자로 전달받은 주소를 찾아가 보니
우리가 구한 집과 5분도 안 걸리는 거리다.
집을 잘 못 구했나..
차에서 내려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현관 앞에 섰다.
인사를 어떻게 할지 생각하며 초인종을 눌렀는데
집 안에서 강아지가 아주 떠나가라 짖고 있네.
이걸 어쩌나
나 강아지 못 만지는데
그 근처도 못 가는데
하...
안에서 사모로 추정되는 여자가
강아지에게 뭐라 뭐라 하는 말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고리가 풀리고 있길래
나는 얼른 표정관리를 하며 미소를 장착했다.
그리고 문이 열리는데
Oh... my....
내가
왜
푸근한 옆집아줌마를 상상했을까
하얀 스웨터를 입은 여자가
하얀 포메리안 강아지를 얼굴가까이 들고 섰는데
그것들이 모두 반사판이 되어
사모의 얼굴은 하얗게 빛이 났고
흔히들 말하는 물광이라는 것이 얼굴에 좌르르..
외모를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세련됐고 예뻤다.
상무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 보진 못했지만
이래서 이 여자와 결혼했겠구나라고
논리 없이 납득이 되었으며
사모라는 존칭을 들을 아우라 맞구나 싶었다.
첫인상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지금도 생각하면
그때 문이 열리던 장면이 슬로비디오로
머릿속에 재생된다.
사모는 나를 안으로 들이더니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게 반갑다며 호들갑을 떨면서
미리 담아 둔 음식을 열어보였고
기대에 부응하고자
나는 아직 맛도 모르는 음식을 보며
열렬히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이어지는 호구조사.
이건 면접인가 싶을 정도
그 덕에 탈탈 아낌없이 털려드렸네.
다행히 아이들 픽업 전에 나온 길이라
오래 머물진 않았고
나는 감사히 잘 먹겠다는 인사를,
사모는 다음에 정식으로 차 한잔 하자는 인사를
서로 주고받으며
첫 만남이 그렇게 일단락되었다.
수업이 끝난 아이들을 픽업해서
호텔로 돌아왔고
나는 저녁 상에 사모가 해준 삼계탕을 올렸다.
남편에게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쏟아 냈는지
나는 삼계탕을 코로 먹었네.
그래서 어떤 거 같냐는 남편의 질문에
"음..
상대를 압도하는 아우라가 장난이 아니야.
표정, 말투, 목소리, 생각하는 거
그리고 사용하는 단어들 보면
그냥 보통 여자는 아닌 거 거 같던데?!
보기에도 기가 엄청 쎄 보여.
아마 보면
무슨 말인지 단번에 알 수 있을 거야"
남편은 말없이
그 집에서 가져온 삼계탕을 먹으며
나를 쳐다보기만 하더라.
나 이제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