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나가게 되면 나는 뭘 할까?
직업도 가질 수 있는 비자였지만
난 공부가 하고 싶었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오게 되면
써먹을 수도 있도록
나의 전직에 맞춰 석사를 하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었다.
사는 곳 근처 대학을 보니 관광학과가 있더라.
승무원 출신인 나에게 딱 맞는 진로다 싶었고
그것으로 긍정적인 희망을 품을 수 있었는데
그런 나에겐
주재원을 나가게 되면
꼭 만나서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두 명 있었다.
이미 발령받아 살고 있는
유 과장의 부인 M과
주재원 신분에서 영주권으로 갈아 탄,
이제는 미국 직원이 된
이 디렉터의 부인 G
(직급도 미국식 직급으로 바뀜)
M은 대한항공 승무원 출신이라고 한다.
그래서
같은 승무원 출신끼리 얘기도 통하고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고
G는 현제 근처 대학원에서
석사를 밟고 있다고 들었기에
도움이 많이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 날,
사모에게 삼계탕을 받아먹었으니
미션이 생겨버렸네
담아 온 냄비를 다시 돌려주는 것.
내가
이거 때문에 더 받아먹기 싫었던 건데..
뭉개고 앉아 있을 수 도 없고
언제 가나, 뭘 사 가나,
가서 또 무슨 얘길 하나..
생각날 때마다 한숨만 푹 푹인데
문자가 온다
화면에 뜬 걸 보니 사모였다.
양반은 아니시네...
내용은
내일 시간 되면 집으로 올 수 있냐는 건데
소개해 줄 사람이 있다고 했다.
여기 발령받아 온지 좀 된
직원 부인인데
내 얘길 했더니 궁금해 하더랜다고.
저쪽도 승무원 출신이니
만나면 재미있을 거라고.
아!
그 여자를 말하는구나 싶었다.
어차피 냄비 주러 언제 가나 하고 있었는데
둘만 만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내가 만나보고 싶었던 여자도 온다 하니
옳다구나 싶어 미끼를 덥석 물었다.
다음날,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듯 한 모양새를 하고
여러 가지 맛 도넛을 사 들고서
사모 집으로 향했다.
꼴에 또 두 번째 가는 길이라고
처음보단 마음이 낫더라.
사모는
밝은 하이톤으로 날 반겨 주었고
나는 코로 먹어서 맛도 모르겠는
전 날의 삼계탕이
얼마나 기가 막혔는지에 대해
온몸으로 표현해 내고 있었다.
그렇게
둘이 앉아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초인종이 울렸다.
내가 기대했던 M, 그녀가 도착한 거다.
문을 열어 주러 간 사모와 떠는 걸로 봐서는
무진장 친하구나 싶더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또 한 번 미소를 장착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손까지 모으고 서 있었네.
현관 쪽 복도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어...???
사실
승무원이라 하면
풍겨지는 아우라가 있다.
그건 예쁜 것과는 전혀 다른 멋이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멋이다.
그 멋이라는 건,
외모만이 아니라
자세, 표정, 말투, 제스처 속에 담겨
조금씩 새어 나온다고나 할까?
그걸 우리끼리는 찰떡으로 알아보고
맞네 맞아 인식한다.
그런데
그 찰떡을 발견할 수가 없네..
뭐,
많은 승무원이 있고
각각의 개성은 다 다른 거니까.
초면에 나에게 보여준 태도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보자마다 꾸벅 인사를 하고
반가워해 보이는
표정과 제스처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괜찮다 싶던 그 첫인상이
호떡 뒤집듯 뒤집히더라
그것도 아주 빠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