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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Aug 31. 2023

<38> 공부는 잘 살고 잘 죽기 위해 하는 것

나는 무엇을 아는가?

-미셸 드 몽테뉴(프랑스의 철학자)  



‘수상록’의 저자 미셸 드 몽테뉴(1533~1592)는 37세 때, 16년 간 이어져온 법관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나 자신’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유산으로 물려받은 몽테뉴 성의 제일 높은 층에 서재를 꾸며 1000여 권의 책을 정리해 넣었다. 그리고는 서재의 천장 들보에다 54개의 라틴어 격언을 새기고, 마지막 1개는 프랑스어로 새겨 넣었다. ‘나는 무엇을 아는가?’ 몽테뉴는 이 프랑스어 문구를 평생 가슴에 담고 살았다. 인생 좌우명인 셈이다. 


그는 몽테뉴 성에 은둔하며 사색과 공부에 열중했다. 서재에는 아내와 아이들조차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꼬박 10년이 지나 스스로 선택한 은둔 생활을 마감하고 성 밖으로 걸어 나왔다. 손에는 ‘수상록’이라는 두꺼운 책 한 권이 들려져 있었다.     


‘수상록’에는 몽테뉴의 철학적 사유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자기 자신을 깊숙이 연구한 결과물이라고 해야겠다. 그는 자신을 자랑하기 위해 자신을 연구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을 위해 스스로를 탐구했다. 탐구 방법은 ‘의심’이었다. 


좌우명 ‘나는 무엇을 아는가?’가 의심의 출발점이었다. 누구나 제대로 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자신의 사유와 믿음, 욕망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질문들이다.


몽테뉴는 이처럼 반복적으로 의심하면서 살아야 맹목적인 믿음이나 욕망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해방될 때 비로소 정신적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보았다.


수상록에서 그는 자신을 경계하고 성찰해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하고 있다. “나는 말을 할 때 아무것도 단언하지 않는다. 수시로 나 자신을 의심하고 경계하며 탐구하는 것을 그만두지 않는다.” “우리가 남에게 들이대는 잣대가 자신에게도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나의 양심은 나를 더욱 강하게 통제한다. 반면에 나와 상관없는 의문들은 무기력하게 관망만 한다.”


몽테뉴의 일생을 살피며 ‘수상록’을 읽다 보면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공부는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다. 자신의 성공과 행복을 위해서다. ‘나는 무엇을 아는가”라고 계속 물어봐야 하는 이유다. 그에 대한 답이 나와야 공부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또 그 답이 나와야 공부를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을까?


몽테뉴는 참 솔직한 사람이다. “내가 공부하는 이유는 오로지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기 위한 것이며, 잘 살고 잘 죽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서다.” 세상의 발전을 위해,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자신을 연마한다는 따위의 말은 모두 위선인지도 모른다. 그런 것을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성공하고 행복해야 가능하지 않겠는가?


몽테뉴는 성에서 나오자마자 긴 여행길에 올랐다. 파리와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탈리아를 17개월 동안이나 돌아다녔다. 세상 속에서 잘 살고 살 죽는 방법을 얻기 위한 여정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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