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스스로의 만족‘ 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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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무언가를 이뤄내고 달성하여
결국엔 누구보다 잘 해내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한 학기에 책 50권을 읽고 독후감을 쓰면
상장을 주었던 초등 5학년때는
자그마치 600권이 넘는 독후감을 제출하며
방송실에 가서 상을 받았고
항상 수학학원에서 내준 숙제의
10배의 선행을 해가 모두의 눈길을 받았다
미술경시대회라도 열리는 날엔
며칠 전부터 물감과 도구를 바리바리 싸들고
쉬는 시간마다 대회 준비를 해 대상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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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재미있었다
단순히 인정욕구-라고 단정 짓기에는.
내가 이만큼 성취하고 이뤄내는 게
누군가가 보기에 특이할 만큼 과할지라도,
결과를 보는 스스로의 만족과 기쁨이 커서
나는 어린 시절을 한참 치열하게 보내왔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집착 어린 목표였다
위의 사례들처럼 행동했을 때
선생님과 주변 사람들의 반응, 따라오는 인정이
원동력 중 하나였으니-
그저 만족감, 그 하나를 위해 목표를 세운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 잘 알고 있다
혹여 ‘실패’라 부르는 것을 겪더라도
목표를 이룰 수 있게 시도한 ‘나’와
그 과정에서 성장한 ‘나’의 모습을 보며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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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이 동반되고 인정만 바라보는 목표는
반드시 언젠가 화를 부른다
그 대상이 나일 수도,
또는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다른 이일 수도 있다
대체로 나는 나 스스로 화를 불러왔다
어떨 때는 누군가를 이겼다는 우월감을,
어떨 때는 또 다른 목적을 생성해야 하는 부담감을,
어떨 때는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조급함을,
어떨 때는 실패하면 안 된다는 두려움을,
함께 데려왔고
스트레스를, 내게 계속해서 쥐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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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나는 여전히 혼자만의 크고 작은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며 삶을 채운다
사회에 나와서 보니
그걸 어떠한 이유로, 왜 하게 되었는지를-
물어보는 사람이 참 많다
아마 그저 작은 꿈을 갖고 이루는 것에 만족하기엔 이 시대의 사회는 너무도 바쁘고,
마음껏 쉬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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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는 어떤 걸 해낸다는 건 결국 또 다른 것,
혹은 그 이상의 것들에 도움이 되기 위함이 많다
다만 이렇게 목표를 그저 수단으로 쓰게 되면
내면의 성장은 참 더디게 진행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외면의 목적에 기인한 목표는
당장에 눈앞에 있는 것들로 삶을 칠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삶을 ‘채우며’ 살아가야 한다
칠하는 건 겉치레로 나를 예쁘게 포장하는 것,
채우는 건 견고히 쌓아 올려
결국엔 나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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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것을 무슨 목적으로 하느냐 물으면
나는 웃으며 항상 똑같은 대답을 한다
오로지 나 스스로의 만족 때문이라고,
다른 바라는 바는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