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을 마주하기로 마음먹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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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지나온 내 삶에서 나의 취약점은
‘불편’하다는 감정이었다
이 사람의 행동이 전과 달라서,
이 관계가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유지되어야 해서,
사회에서 만난 인연이니까,
이 사람의 감정도, 생각도 있을 테니까
라고
억지로 욱여넣어 삼켜버린 나의 감정들은
가만히 보고 있으니 곧 이름이 제 멋대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흔들리는 관계에서 오는 ‘불안’
두번째는 내 감정을 외면하며 대가로 지불한 ‘슬픔’
세번째는 그 관계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오게 되어버린 ‘불편’
그렇게 ‘불편’으로 막을 내린 줄 알았던 감정들은
사실 ‘상처’로 남아 결국 나의 속을 게워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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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불편한 감정을 마주함의 연속이다
그것이 사람이든, 상황이든
어떠한 형태로든 또다시 찾아온다
얼굴만 바뀌어서, 계속해서 내게 찾아온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를,
그를 내게 보내준 이 세상을 원망하며
매번 나를 사지로 내몰아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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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를 앓고 있던 나는
특히 나를 ‘공격’하는 것들이 무수히 많이 생기는
불편한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가 참 버겁다고,
그가 나에게 주는 상처가
나를 참 아프게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불편을 이겨내려 마음먹은 것은 결국
이런 나를 살리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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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불편함에 내가 취약했던 이유는
내가 그 감정과 그 상황에
특히 ‘예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예민’
;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감각이 지나치게 날카롭다.
사람은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각자 가지고 있는 예민한 부분이 모두 다르다
하지만, 내가 정한 ‘세상에 존재하는 불편함’들은
나를 공격하기 위해 있는 게 아니다
단지 내가, 불편하게 바라보았기 때문에
그러한 요소가 된 것뿐이다
한번 마음속에서 정해진 불편은
내가 마음을 다르게 바꿔서 바라보지 않는 이상
쭉 그 이름 그대로 나를 괴롭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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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외면하고 나를 바꿔라-는 말이 아니다
내 생각보다 내 삶은 훨씬 소중하고 가치 있다
불편에 집중하여 나를 괴롭게 만들지 말고
나를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들에 고개를 돌리자
그것이 나를 사랑해 주고, 사랑하는 방법이다
그러고 나면 곧 알게 된다
과거의 큼지막했던 불편 따위
지금의 나에겐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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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참 신기한 게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라는
간단한 어구에 모든 게 설명될 때가 많다
내가 무엇을 보고 어디에 귀 기울이며
어떤 향을 맡으며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할지
순간순간의 내 선택과 마음에 달려있으니-
나는 ‘불편’을 마음으로 마주하면서부터,
그리고 언젠가는 그를 맞이하면서부터
비로소 편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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