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속했을 때 행복한 것과 나를 가뒀을 때 불행한 것
_
누군가에게 선물을 할 때
그 사람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얼마나 친한지를 떠나서
그 사람의 취향과 성격이
바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친해도 그 사람 내면의 취향까지는
모르겠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의 이미지라는 게 생성되는 건
생각보다 간단한데 말이다
_
당연하면서 신기한 것은
내 모습을 간간히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나의 취향을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된다는 것이다
회사에 유난히 노란색을 좋아하는 분이 있었는데
노란색을 띤 물건만 보면
이거 너무 예쁘지 않아? 라며
방실방실 웃곤 했었다
곧 그분이 노란색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며
심지어 나중에는 노란색을 먼저 떠올려도
그분이 생각날 정도였고
생일이면 노란색의 갖가지 선물을 받기도 했다
_
선물이라는 게 참 오묘한 것이
받으면 일단 감사해야 할 것만 같은데
뒤돌아보면 사소하게 내 마음에 들지 않아
조용히 처리하거나 사용하지 않게 된 것들이 많다
세상의 모든 일은 돌고 또 돌아서
결국 내게 다시금 오기 때문에
내게 좋고 행복한 의미가 있는 것들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자꾸만 입 밖으로 꺼내야 하고,
내게 나쁘고 좋지 않은 의미뿐인 것들은
말이라도 쉽게 내뱉지 않으려 노력해야 하며,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스트레스받게 하는 것은
얼른 들여다봐주고 얘기를 들어봐 주어야 한다
비단 선물뿐 아니라
내가 어떠한 취향을 가지고 있고
나는 어떤 사람이라고 한 번씩 알리는 것만으로도
나의 이미지는 자연스레
그렇게 형성되게 되어있다
버려진 선물은 어쩌면
내가 만들지 못한 나의 이미지 그 자체이지 않을까
_
같은 맥락으로
내가 생각하는 나의 단점 또한
내 입 밖으로 내뱉지 않는 이상
사실은 그를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며
오히려 주변에 꺼내고 알리는 순간부터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는 시선을
느끼게 될 것이다
가령
‘나는 이마 위에 있는 이 커다란 점이 너무 싫어요 ‘
라고 말했을 경우
그 점이 있는 줄도 몰랐던 사람,
듣고 나니 그 점이 거슬리기 시작하는 사람
모두에게 내가 생각하는 나의 단점을 알리게 된다
더 나아가
오히려 그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의
생각마저 애써 부정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_
내가 만드는 모든 이미지들에
나를 가두지 말자
내가 속했을 때 행복한 것과
나를 가뒀을 때 불행한 것의
경계를 알고 쉽게 나를 단정 짓지도 말자
결국 나를 만드는 것은
나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