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브의 섬 11화
“야, 넌 말 못 해? 벙어리야?”
사람들은 내가 말을 하지 않으면 견디질 못한다.
말을 하지 않는 건 나인데,
불편해하는 건 늘 그들 쪽이다.
나는 말을 하지 않아도 살아간다.
일을 하고, 밥을 먹고, 학교에 가고, 밤엔 잠을 잔다.
가끔 꿈도 꾼다.
햇빛이 비치면 고개를 들고,
바람이 불면 느껴진다.
나는 살아 있다.
내가 멈춘 건 말뿐이었다.
조금 더 길게, 더 깊게 침묵한 것뿐이다.
나는 유행도, 연애도,
웃기지 않은 농담에도 흥미가 없다.
정말로 필요할 때만,
대답이 필요할 때만 입을 연다.
그게 이기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조용하다는 이유로
무례하거나 이상하다고 여겨야 할까?
나는 조금 예민한 심장을 가졌다.
맥박은 빠르고,
가끔은 내 심장 소리가 내 귀에 먼저 닿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세상이 뚝 끊긴다.
소리를 잃은 화면처럼 멍해졌다.
그럴 땐 세상이 빛이고,
나는 그 곁에 붙어 있는 잔상 같았다.
나는 그런 방식으로 살고 싶지 않았다.
내가 빛이 되는,
내가 중심에 있는 세상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잠시, 멈추기로 했다.
조용히, 그렇게 살아보려 했다.
나는 사람들의 반응에 서툴렀다.
내가 감각하고 아끼는 것들에 그들은 무심했고,
그들의 소리는 내게 낯설게만 들렸다.
내가 바란 세상은,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고요였다.
때로는
작은 소라에서 새어 나오는 파도 소리처럼,
바람이 옮겨 온 억새풀의 울음처럼,
숲 속을 흐르다 잠시 멈춘 새의 기지개처럼,
그런 조용하고 미세한 떨림이면 충분했다.
말이 적은 내가 이상하다면,
이상한 채로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나는 누구의 길도 막지 않았고,
누구의 꿈도 방해하지 않았다.
그래서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가족은 달랐다.
아니, 가족이었기에 더 받아들이지 못했다.
말이 줄어들수록
부모님의 눈빛은 더 조심스러워졌고,
대화는 나를 에둘러 흘렀다.
어느 순간 나는
‘얌전한 아이’에서
‘불편한 아이’,
그리고 ‘이상한 아이’가 되었다.
병원에 다녔다.
상담도 받았다.
그들은 질문했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약이 늘어났다.
진단도 늘어났다.
하나가 시작되면
끝도 없이 따라붙었다.
약이 쌓일수록
내 안의 말은 끊겼고,
침묵은 어느새 깊은 무언가가 되었다.
그건 단순한 고요가 아니었다.
내 안의 빛이 꺼지는 느낌이었다.
잠긴 채로 멀어지는,
‘낯선 나’가 보였다.
그래서 경리는
파도 소리가 심장을 타고
영혼에게 말을 걸도록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햇살 사이로,
기러기 한 마리가
높이 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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