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TV 외화 시리즈들
(TV 외화 시리즈 "V"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저녁 9시라는 시간대가 아주 중요하게 여겨졌습니다. 그 9시에 지상파 방송들은 간판 아나운서를 기용한 뉴스를 내보냈습니다. "9시 뉴스"에 언급된다는 것은 엄청난 화제성이 확보되었다는 것이었죠. 대한민국 드라마 "모래시계"가 9시 뉴스에서 언급되었다는 사실 하나로 얼마나 인기였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놀랍게도 그 일을 해낸 외화 시리즈가 있습니다.
TV 외화 시리즈 "V"가 방영된 후 그 충격은 대한민국을 강타했었습니다. 그 시절이 외화 시리즈의 전성기였다는 것을 감안해도 이례적인 사건이었습니다. "V"는 매우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성인 등급의 영상물입니다. 그런 외화가 보수적이었던 대한민국의 TV 전파를 타고 가족 시청시간에 방영이 된 것입니다. 물론 가위질을 당했지만 말이죠. 위의 그림은 "V"의 대표적인 장면입니다. 그림 속 장면이 방영된 후 엄청난 반향이 있었고 아마도 그즈음 9시 뉴스에서도 소개가 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위의 그림을 잠깐 설명하겠습니다. "V"는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외계인들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고 매우 우호적입니다. 인류는 그들을 믿고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들을 속이고 있었던 것이죠. 인간의 피부가 뜯기면 그들의 진짜 모습인 파충류의 피부가 드러납니다. 살아있는 쥐도 한입에 삼킵니다. 외계인들의 진짜 목적은 인간들을 식량으로 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TV 방영분에는 외계인이 쥐를 삼키는 순간이 잘려나가서 볼 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쥐를 삼키기 전에 화면이 잘리고 다음 장면은 입 밖으로 쥐꼬리가 나와있었죠. 그것만으로도 시청하던 우리 모두는 경악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잘 만든 이야기에는 반드시 매력적인 악역이 등장합니다. 어쩌면 주인공보다 중요한 악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화 시리즈 V는 외계인 악역 캐릭터 "다이애나"의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녀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주인공들 중 여성 캐릭터인 "줄리엣"의 인기를 넘어섰죠. "다이애나"와 "줄리엣"중에 누가 더 예쁜가로 사내아이들 간의 설전이 벌어지곤 했는데 의외로 "다이애나"의 손을 들어주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위의 그림들은 "V"의 지구인 주인공들입니다. 왼쪽이 "줄리엣", 가운데가 "도노반" 그리고 맨 오른쪽이 "타일러"입니다. 시리즈의 진짜 주인공은 "줄리엣"과 "도노반"있었지만 저는 "타일러"를 좋아했습니다. 지구 저항군들 중에서도 타일러는 아웃사이더였습니다. 그는 평화시에는 범죄자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타일러는 다크 히어로였던 것이죠. 머리숱이 많이 없었지만 카리스마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다이애나 역의 "제인 배들러"는 그 후 "돌아온 제5전선"이란 시리즈에 출연해서 매우 반가웠던 기억이 납니다. "V"이후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그녀였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참고로 "제5전선"은 현재 "톰 크루즈"의 프랜차이즈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의 모태가 된 TV 시리즈 한국어 제목입니다. 타일러 역의 "마이클 아이언사이드"는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의 "토탈 리콜"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었죠.
외화 시리즈 V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B급 콘텐츠입니다. 외계인이 지구인 여인을 유혹해서 아이를 가지게 하는 설정과 장면은 어린아이인 저에게 매우 자극적인 충격을 주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같이 보고 있던 부모님의 눈치를 보게 만들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80년대를 넘어 올타임 레전드 외화 시리즈에 V는 빠질 수 없을 것입니다.
위의 그림 속 캐릭터는 외화 시리즈 "V"에서 착한 외계인으로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꽤 비중이 있는 캐릭터였었죠. 그런데 그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의 정체를 알고 깜짝 놀랐었습니다. 너무도 무섭게 봤던 공포 영화 "나이트메어"시리즈의 "프레디 크루거"를 연기했던 배우였습니다. 정말 무섭게 악마 같은 역을 연기했던 그가 저렇게 귀엽고 착한 연기도 하다니.. V는 어린 시절 여러모로 저를 많이 놀라게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