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2024년 12월은 우리 모두 견디기 힘든 시기입니다. 언젠가 저는 이렇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삶의 99%는 슬픈데 1%의 행복이 삶의 이유를 주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그 1%의 행복마저 사라져 버린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2024년 12월은 우리에게 너무 잔인합니다.
(영화 "애수 Waterloo Bridge"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애수"는 아마도 제가 처음 본 비극 영화일 것입니다. 또한 가장 아름다운 "올드랭사인 (Auld Lang Syne)"이 울려 퍼지는 장면을 선사하기도 하죠. 위의 그림이 바로 그 장면의 일부입니다.
전쟁 중에 서로를 사랑하게 된 남녀가 어느 레스토랑에서 한해의 마지막을 함께합니다. "올드랭사인"이 연주되고 둘은 춤을 춥니다. 연주하던 악단 연주자들이 하나씩 촛불을 끄기 시작하죠. 촛불은 모두 꺼지고 어둠 속에 두 남녀가 마주합니다.
영화 "애수"의 남녀 주인공들은 비극의 결말을 맞이합니다.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이이지만 자신들의 의지와는 다르게 삶은 흘러가죠. 전쟁이란 소용돌이 속에서 불행은 여자 주인공을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남자 주인공은 세월이 흘러 늙은 모습으로 그녀와의 추억이 깃든 "워털루 다리 (Waterloo Bridge)"에 다시 찾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회한에 잠깁니다.
어쩌면 이 세상은 비극으로 가득 찬 공간일지도 모릅니다. 비극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사랑을 발명했는지도 모릅니다. 영화 "애수"의 남자 주인공이 잔인한 세월을 버텨내고 다시 워털루 다리에 돌아올 수 있었던 힘은 "사랑"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모든 비극에는 사랑이 숨어있습니다. 숨어서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세월이 흘러 그 사랑이 우리를 구원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2024년 12월 29일, 슬픔만이 남은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 비극에서 숨어있는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영겁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그 한 줌의 사랑이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