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선거
선거를 스마트폰으로 한다면 얼마나 편할까?! 예전보다 선거를 하는 절차나 방법 등이 많이 편해졌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결국 물리적인 특정 장소로 나의 몸을 이동시켜야 한다는 것은 근본적인 불편함을 동반한다. 그리고 바로 이점이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주요 이유이다.
먹고살기 바쁜 서민들이 종종 선거를 못하는 이유가 시간이 없어서 선거장에 갈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사전투표를 한다면 특정 지역 장소에 가야 하는 제한이 풀리지만 역시 일부로 어느 장소를 찾아간다는 것은 똑같다.
스마트폰의 선거앱으로 언제 어디서나 선거를 할 수 있다면 투표율의 비약적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 밖의 비용 감소나 개표 진행이 빨라진다는 등등의 이점은 덤이다.
내가 알기로는 디지털 투표를 막는 가장 큰 이유로는 보안 문제였던 것 같다. 선거의 신뢰성을 어떻게 담보하느냐이다. 그런데 발전된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한다면 신뢰성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양자 암호화 기술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마음만 먹으면 빠른 시일 안에 보안성이 높은 디지털 선거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선거를 디지털화하는데 적극적이지 않은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 많은 사람들이 아날로그의 가치를 신성하게 생각하고, 디지털의 가치를 낮게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일을 할 때 상대방과 만나서 얼굴을 보고, 표정을 살피며 일을 진행해야 제대로 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아날로그적 과정이 무시된 디지털만을 이용한 일처리는 뭔가 저급하고 가벼운 것으로 치부된다.
회사에서 사원을 구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외모나 키, 성별, 인종, 등등 아날로그적인 요소들은 솔직히 필요가 없다. 실력에 관련된 모든 것은 디지털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적인 면접이 취직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비대면 시대로 어쩔 수 없이 접어든 우리들은 이제 조금씩 디지털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선거가 왜 디지털화되지 못하는가?! 디지털을 저급하다고 평가 절하하는 아날로그식 마음가짐이 아직 세상에 넓게 퍼져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사람들조차 아직 디지털의 도덕적, 가치적 우위를 인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물며 중년 이상의 사회 주류층들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가치관이 아닐 수 없다. 그 주류층에는 국회의원들도 속한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 한 나라의 미래와 운명을 결정짓는 선거를 스마트폰 클릭 한 번으로 끝낸다고?! 감히 디지털 같은 거짓 세상이 실제 세상을 조정하겠다고? 아날로그 세상을 전부라고 믿으며 살아온 우리들에게 인정하기 어려운 가치관이다.
개인이 선거를 잘하는 것은 개인의 역량이다. 자신이 얼마나 고민하고 공부를 했는지가 관건이다. 당선인을 찍는 과정에 신성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충분히 많이 생각했다면 과정은 아주 편리할수록 좋은 것이다. 과정이 불편해서 심사숙고한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은 아주 불행한 것이다.
디지털화가 된다는 것은 기존 기득권의 붕괴로 이루어진다. 배달의 디지털화는 기존의 아날로그 상권과 물류의 기득권을 붕괴시키고 있다. 금융의 디지털화는 은행마저 흔들고 있다. 미디어의 디지털화는 거대 극장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선거의 디지털화, 정치의 디지털화는 아날로그 세대의 정치인들과 기존 기득권 정치 시스템을 뿌리째 흔들 것이다.
컴퓨터라는 도구만으로 디지털 시대를 바라보는 아날로그적 사람들은 해킹, 바이러스 등등으로 디지털 시스템을 불신하고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컴퓨터라는 디바이스가 디지털 시대의 전부라고 말하는 시기는 한참 전에 지났다.
이제 디지털의 신뢰성은 아날로그를 넘어서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화폐를 각 나라에서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고, 원본과 복사본을 구별할 수 없는 디지털의 맹점에 NFT라는 기술은 원본을 증명할 수 있는 신뢰성을 부여하고 있다.
디지털 선거가 되면 선거일에 주어지는 임시 공휴일이 없어질지도 모르지만 그것 때문에 디지털 선거를 반대하지는 않겠다. 그보다 많은 장점이 있을 것이기에..
디지털 선거를 언급한 정치 후보가 있다면 참 반가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