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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대로 사는 방법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

by 그림한장이야기

생각하는 대로 사는 방법


여러 가지 멋진 말들 중 이런 말이 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얼핏 듣기에는 사는 대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말 같은데.. 사는 대로 생각하면 왜 안될까? 여기에는 전제가 있을 것이다. 대부분 그냥 살아지는 대로 살아가는 삶이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아마도 이 말은 밥 먹기도 바빴던 지난 시절을 경험했던 누군가가 한 말 같다.


밥 먹기도 힘들어서 정신없이 밥값을 벌어야 했던 지난 시절에는 생각한 대로 산다는 것은 사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좀 달라졌을까?


여전히 지금도 생각하는 대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아는 것은 영원한 숙제이다. 예전보다 풍요로운 시대가 되었고, 미래에는 먹고사는 문제에 연연하지 않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삶을 살고 그런 자신을 정당화하는 생각들로 채워갈 확률이 크다. 나 역시 그렇게 살았고 살아가고 있었다.


생각이란 어렵다. 조금이라도 깊고 복잡한 생각을 하면 머리가 아프고 에너지가 순식간에 빠져버린다. 생각을 머리로만 하려고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그것은 마치 수학을 암산으로만 하려고 하는 것과 같다.


나는 암산을 못한다. 덧셈, 뺄셈도 어렵다. 나누기를 해야 한다면 멘붕이다. 머릿속으로만 무언가를 생각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머릿속의 생각을 끄집어내기 위해서이다.


제대로 생각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제대로 생각한다는 것은 논리적이고 과학적이어야 한다. 그러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고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게 된다. 곧 나의 뇌 용량은 한계에 다다른다. 그리고 난 포기하고 생각을 안 하게 된다. 잠시 쉬었다 다시 생각을 하려 해도 그 사이에 모든 생각을 잊어버리고 만다.


뇌는 생각을 하는 기관이라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경험상 뇌로 생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그랬다. 인간을 호모 사피엔스라고 말한다. ”생각하는 인간”이란 뜻이란다. 하지만 인간은 생각하기 싫어하는 감정의 동물이다. 이렇게 생각하기가 어려우니 당연히 감정에 치우치게 되는 것이다.


글을 써보면 내 생각이 얼마나 엉망으로 흩어져있는지 잘 알 수 있다. 논리라는 것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생각을 글로 적어 보니 생각들이 문자형태로 눈에 보이는 실체가 되었다. 이것은 엄청난 편리함과 새로운 생각의 세상으로 나를 이끌어주었다. 글로 기록이 되어있다면 생각을 잊지 않고 내일 다시 생각을 이어갈 수도 있다. 암산으로 할 수 없는 계산을 종이와 연필만 있다면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풀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기술이 많이 발전해서 계산을 대신해주는 기계들이 나왔다. 그러나 아직 생각을 대신해주는 기계는 나오지 않았다. AI는 생각을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동으로 대답을 찾아주는 것이다. 생각이란 대답보다는 질문의 연속으로 봐야 할 것이다.


글을 쓰는 여인 (iPad 7, Adobe Fresco)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한다. 그림은 선을 잘 긋고 색을 잘 칠하는 것이 아니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것은 대상을 잘 관찰한다는 것이다. 글도 마찬가지이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잘 끄집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하는 것이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

생각하는 대로 살고 싶다면 글을 써라. 생각하기 싫어하는 뇌도 글 앞에서는 얌전한 모범생이 된다.


그리고 좀 더 확실한 방법은 자신의 글을 공개하는 것이다. 오히려 가족이나 친한 사람들에게 글을 공개하는 것이 더 무섭고 창피하다는 것을 느꼈다. 나를 아예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 글을 보이는 것이 더 마음이 편했다. 나만 보는 글은 한계가 있다. 엉망인 생각에서 글을 쓰는 단계로, 그 글을 공개하는 단계로 하나하나 올라갈수록 나의 생각은 더 다듬어지고 좋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다.


나는 글을 쓰는 교육을 받거나 공부를 한 적이 없다. 심지어 책을 읽지도 않는다. 사용하는 어휘도 모자라고 문학적 아름다움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렇다고 심오한 내용이 나의 글에 있거나 엄청난 논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생각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는 대로 생각하기보다는 생각하는 대로 살고 싶기 때문이다.


꼭 글이란 형태로 내 생각을 끄집어낼 필요는 없다. 그림이 될 수도 있고, 노래나 영상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인 형태로 바꿀 수 있다면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고 본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생각들로 만들어낸 산물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용기를 내보자.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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