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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숙진 Sep 12. 2022

여왕의 시대가 끝나고 달라지는 것들

9월 8일,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서거했다.


1952년부터 2022년까지 70년간 재위한 군주로 영국 역사상 최장 기록을 세우면서 오랜 세월 영국인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아 온 인물이다. 하지만, 이제 이들의 눈물과 추억을 뒤로하고 여왕은 영원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영국의 관공서와 주요 기관에서 조기가 게양되고 추모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왕 서거 당일 혹은 다음 날 휴무를 실시한 기관도 있다. 


영국 전역에서 10일간의 추모 기간을 가지며, 장례식이 열리는 9월 19일 (월)은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이 기간 동안 대규모 스포츠 행사나 공연, 방송 일정이 취소 혹은 연기되기도 한다. 왕위 계승 서열에 따라 여왕의 장남인 찰스 왕세자가 곧바로 왕위를 물려받았지만 선대왕의 애도 기간이라는 점과 새 왕을 추대하기까지 소요되는 길고 복잡한 절차를 고려해 대관식은 내년으로 미뤄진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는 단순히 찰스 3세의 시대로 이어짐을 뜻하지 않는다. 70년간 영국을 대표하던 인물이 사라짐과 동시에 영국인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인에게까지 익숙하게 다가오던 영국의 상징물마저 사라지거나 변화를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1. 국가(國歌)


영국의 국가는 God Save the Queen과 God Save the King으로 두 가지 버전이 있다. 

Ian Berwick


즉, 군주의 성별에 따라 제목과 가사를 바꿔 부르는 셈이다. 지난 70년간 부르던 God Save the Queen 대신, 이제 God Save the King을 불러야 할 차례다. Queen 대신 King이라는 단어 하나만 바꾸면 되지만, 대부분의 영국인 뇌리에는 하나의 노래만 있을 뿐이다. 당분간 적응하기 힘들 듯하다.



2. 우체통


우체통은 왜?라고 의문을 가질 만 한데, 영국의 우체통에는 현 군주를 상징하는 문자가 새겨져 있어서다. 


Reuters


위 우체통에 찍힌 E II R이라는 문구는 Elizabeth II Regina의 약자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뜻한다. 


Regina

* (라틴어) 여왕


그럼, 새 우체통에는 어떤 문자가 새겨질까?

바로 C III R이다.

Charles III Rex (찰스 3세 왕)에 해당한다. 


Rex

* (라틴어) 왕



영국에는 이전 군주 시대에 쓰던 우체통이 간혹 그대로 활용되기도 한다. 

500years.royalmailgroup.com


위 우체통 가운데에 VR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Victoria Regina (빅토리아 여왕)의 약자이다. 현대적 우체통이 최초로 도입된 시기인 빅토리아 시대 (1837-1901)의 산물이다. 당연히 영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우체통에 해당한다.



3. 화폐, 우표


영국의 지폐와 동전, 우표에까지 엘리자베스 2세의 얼굴이 나온다. 이제 이들마저도 새 얼굴로 교체되겠지만 그렇다고 지금 보유한 화폐나 우표가 당장 무용지물이 되는 건 아니다. 시간을 가지고 진행될 일이다.


dailystar.co.uk....bbc.co.uk



4. 여왕 폐하에서 국왕 폐하로


영국의 정부 기관 명칭에는 'HM'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HMRC (국세청)

HMNB (해군기지)

HM Treasury (재무부)

HM Passport Office (여권국)

HM Coastguard (해안경비청)


morningstaronline.co.uk


HM은 Her Majesty 혹은 His Majesty의 약자이다. 이 또한 군주의 성별에 따라 바뀐다고 할 수 있다. 찰스 3세의 시대와 함께 HM의 의미가 Her Majesty에서 His Majesty로 변경된다.



5. 왕족의 칭호


엘리자베스 2세에 이어 왕위를 물려받은 찰스 3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Prince of Wales라는 칭호로 불렸다. 영국의 왕세자에게 내려지는 칭호이다. 왕세자비에게는 Princess of Wales라는 칭호가 붙는다. 왕세자 시절 이혼한 찰스 3세의 경우, 재혼한 부인인 카밀라 대신 고인이 된 전 부인 다이애나가 이 칭호를 간직하고 있다. 


찰스 3세 왕이 60년 넘게 간직하던 영국 왕세자 (Prince of Wales)라는 칭호는, 이제 그의 장남인 윌리엄에게 넘어갔다. 그리고 케임브리지 공작부인으로 불리던 그의 부인 케이트의 칭호는 영국 왕세자비 (Princess of Wales)가 된다. 


BBC/Reuters


커버 이미지: Photo by Samuel Regan-Asant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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