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딩동댕 유치원에 나가볼게요.
199X 년 당시 유치원 생이었던 내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장면이 있다. 선생님은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난생처음 보는 단어를 칠판에 쓰다니, 나중에 우리가 커서 어른이 되면 우리는 외국어로도 말을 하고, 외국인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외국으로 여행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그게 바로 ‘글로벌(지구촌)’인 거라고.
내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작았던 그때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일들을 하게 될 거라는 이야기와 난생처음 들어본 단어가 너무 낯설어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몇 번이나 조용히 ‘글로벌(지구촌)’이라는 단어를 따라 해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회사는 어느새 6년째 휠체어가 필요하거나 사용하는 아이들에게 몸에 맞는 맞춤형 휠체어와 동력보조장치 그리고 휠체어 사용 교육을 민간 기업과 비영리재단과 함께 무상으로 제공하는 <휠체어 사용 아동 이동성 향상 프로젝트>를 해오고 있다. 아이들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난 후, 부모님들은 참 감사하게도 프로젝트 덕분에 아이의 이동성이 크게 늘어 생활이 달라졌다며 종종 사진과 영상으로 일상을 공유해 주신다.
언젠가 상사는 MZ세대인 직원들을 보며 ‘장애 인식 개선은 너희 세대도 이미 글렀다.’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 세대보다야 물론 조금이라도 젊은 너희가 낫겠지만,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을 받고 있는 것 자체가 이미 장애 인식 개선이 안되어 있다는 방증이 아니냐.’는 말이었다. ‘그런데 우리랑 너희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 아이들은 다르지 않겠니.’ 하는 말을 덧붙이면서.
사실 그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언제 올지 모르는 한참 뒤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이동성 향상 프로젝트에 참가한 아이들 중 몇 명이 딩동댕 유치원과 뽀뽀뽀에 출연했다는 소식을 사진과 영상으로 알게 되었다. 매일 아침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며 봤던 바로 그 텔레비전에 아이들이 나왔다니! 어쩌면 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겠구나.
실제로 딩동댕 유치원에는 2022년부터 다문화 가정, 조손 가정, 장애, 다양한 배경과 특성을 가진 아이들을 등장시켰다. 딩동댕 유치원의 첫 방영이 1982년이라고 하니 꼭 40년이 걸린 일이다. 하지만 이십여 년 전 나에겐 ‘글로벌(지구촌)’이라는 말이 너무 낯설어 몇 번이고 되뇌어야 했던 그 말이 이제는 너무 당연하고 익숙해져 ‘글로벌(지구촌)’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오히려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지는 것처럼 언젠가 ‘장애’도 그런 날이 오겠지? 어쩌면 내 생각보다 더 빨리 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