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경험해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랄까요.
(*때는 2022년 7월 인터넷 세상에는 #지하철 #휠체어 #출근길이라는 키워드의 기사가 매일 하루에도 수백 건씩 쏟아지던 시기였습니다.)
주말 동안 진행된 경주에서의 행사를 마치고 전시 데모용으로 사용한 휠체어 1대와 전시물품 짐을 들고 복귀하기 위해 KTX를 타야 하는 상황이었다. 미리 기차표를 예매하면서 휠체어가 있으니 휠체어를 보관하기 위해 휠체어석을 예매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 정작 휠체어 사용자가 나 때문에 좌석을 예매하지 못할까 일반석 자리를 예매했다. 기차역에 도착해 기차를 타기 전에 간단히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식당 유리창 밖으로 보인 ‘역무실’ 표지판, 그렇게 음식이 채 나오기도 전에 역무실로 갔다.
내 느낌에 그들은 이미 역무실에 들어온 외부인의 존재로 당황한 상태였다.
“휠체어를 타는 사람은 아니고, 휠체어 1대를 짐으로 가지고 있는데 KTX를 어떻게 타면 될까요. KTX 시설 정보를 찾아보니 2호차에 휠체어 보관소가 있던데 저는 5호차 좌석을 예매했습니다. 혹시 휠체어를 들고 우선 2호차로 가서 휠체어 보관소에 휠체어를 보관해도 괜찮을까요?”
라는 나의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질문에 역무원들은 점점 더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치 창과 방패의 대결 같은 대화가 이어졌다. 아 결말이 안 나 답답해.
역무원: 휠체어석을 예매해야 합니다.
나: 휠체어 사용자가 아닌데 제가 휠체어석을 예매하면 정작 필요하신 분이 예매를 못할까 봐 일반 좌석으로 예매를 했습니다.
역무원: 휠체어 보관소에는 휠체어 장애인이 실제로 타고 온 휠체어만 보관할 수 있습니다.
나: 시설 정보에는 그런 내용은 안내가 되어 있지 않던데요.
역무원: 사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어서 난감하네요. 승무원과 이야기해 보세요.
나: 혹시 제가 타는 기차에 휠체어석에 몇 분이 예약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역무원: 전체 휠체어석 4개 중 2개가 예매되어 있는데, 올라가는 동안 어떻게 될지는 모르니 승무원과 이야기해 보세요.
나: 네. 감사합니다.
더 이상 역무원을 괴롭히고 싶지 않은 마음과 진작에 나왔을 저녁밥이 생각나 역무실을 나와 식당으로 돌아갔다.
‘대중교통’에서 ‘휠체어’의 관심이 최고조로 높았던 시기적인 특수적인 상황을 생각해 보면 답답할 정도로 조심하고 난감해하던 역무원의 태도를 이해 못 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사실 나는 이때 처음으로 실감했다. ‘휠체어’가 가지고 가는 상징성을. 난생처음으로 휠체어를 들고 KTX를 타는 것이기 때문에 내심 걱정을 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휠체어를 짐이라고 말 그대로 커다란 수하물로 생각했는데 역무원들의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고 ‘휠체어는 그냥 커다란 수하물이 될 수는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장애인’인 내가 그것도 ‘회사 일’로 ‘휠체어’를 들고 KTX를 타다가 혹시 ‘휠체어 사용자를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을까, 또는 ‘비장애인들에게 괜히 휠체어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만들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몰려왔다. 주말 만석인 KTX의 경우는 짐칸이 부족해 짐을 미처 다 싣지 못하는 경우 복도에도 유아차나 짐을 두는 경우가 있다. 물론 불편한 상황이긴 해도 서로 이해가 되는 상황인데, 그 당시 휠체어에는 감히 그런 관용과 이해는 해당사항이 없는 것 같이 느껴졌다.
운이 좋게도 KTX 안에서 만난 승무원은 너무나 친절히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는데 다행히 휠체어 좌석에도 여유가 있어 휠체어를 보관해도 피해가 되지 않을 것 같다는 것까지 확인해 주셨다. 안내를 받고 5호차에서 2호차 휠체어 보관소까지 휠체어를 밀며 가는데 감사하게도 4호차 맨 뒷칸에 앉아 계신 선생님께서 휠체어를 좌석 뒤 빈 공간에 둬도 된다는 말씀에 2호차까지 갈 필요도 없이 휠체어를 보관할 수 있었다. 어떻게든 일은 되기 마련이구나.
혹시 '회사일'로 '휠체어'를 들고 KTX를 타셔야 하나요? 그렇다면 이렇게 해보세요!
1. 특실이긴 하지만 휠체어석과 휠체어 보관소가 있는 2호차의 일반 좌석을 예매한다. 휠체어 사용자가 타지 않을 경우에는 빈 공간에 휠체어를 보관할 수 있다. 그리고 휠체어를 보관하고 나서도 중간 환승역에서 휠체어 사용자가 새롭게 승차해 공간을 비워야 할 때는 신속하게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2. 각 호차의 맨 뒷좌석을 예매한다. 맨 뒤차석 공간은 접이식 휠체어인 경우에는 휠체어를 접으면 충분히, 그리고 고정형 휠체어의 경우에도 바퀴를 분리한다면 충분히 보관할 공간이 나온다.
막상 경험해 보니 아무것도 아닌데,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휠체어 들고 KTX 타기 퀘스트에 또 도전하시겠습니까? -네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