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
몇 년 전 모빌리티 스타트업 행사에서 ‘10년 뒤의 모빌리티’를 주제로 팀이 발표를 한 적이 있다. 그 행사에는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자율주행, 라이더 등 최첨단 기술을 다루는 혁신적인 기업들이 함께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휠체어 회사’인 우리가 ‘10년 뒤의 모빌리티’를 이야기한다니.
동료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어 발표를 준비하는데 우리에게 몇 가지 질문들이 떠올랐다.
“10년 뒤의 모빌리티를 이야기할 때, 우리가 정말 말하고 싶은 건 무엇이지?”
“우리는 지금하고 있는 일이 10년 뒤 모빌리티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바라는 10년 뒤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이런 질문들을 곱씹을수록 우리가 정말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결국 ‘사람’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4km, 이 거리는 비장애 아이들이 매일 학교에 가기 위해 이동하는 평균 거리이다. 약 8km에 해당하는 만보의 딱 절반이다. <휠체어 사용 아동 이동성 향상 프로젝트>를 하며 아이들에게 몸에 맞는 휠체어와 동력보조장치를 제공하는 일은 매일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4km를 만들어주는 일이다. 그렇게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은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이 경험들은 어떤 형태로 아이들의 삶에 기억되어 쌓이게 된다.
프로젝트에 참가한 아이들의 영상 중 가장 좋아하는 영상은 아이들이 함께 캠프파이어를 하며 강강술래를 하는 영상이다. 수십 명의 아이들이 나란히 줄 지어 앞사람의 어깨를 붙잡고 둥글게 강강술래를 하는데, 그 사이에 휠체어를 탄 아이가 함께 어우러져 웃고 있는 장면이었다.
어느새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6년이 지났고, 프로젝트에 참가한 아이들은 3,000명이 넘었다. 이 아이들이 성장하고, 그 주변의 비장애인 친구들이 함께 자라 어른이 된 그때는 세상이 달라지지 않을까?
이 아이들 중 누군가는 입법가가 되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존하는 법을 제정하고, 또 누군가는 건축가가 되어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건축물을 설계하고, 또 누군가는 엔지니어가 되어 물리적인 장벽을 허무는 기술을 개발하게 될 테니까.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만드는 건 기술이 아니라 그 세상을 구성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세상에서 아이들은 살게 될 테니까. 아이들을 만나고, 아이들의 이동성을 향상하는 일은 마치 땅에 씨앗을 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하나하나의 씨앗들이 언젠가 나무로 자라고 열매를 맺게 되겠지. 그때가 되면 정말 장애가 무의미해지는 세상이 오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