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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Apr 04. 2023

일하는 방식을 말하는 자, 그자가 범인이다

불합리한 소통방식 ③ '일하는 방식'의 남발

안녕하세요? Kay입니다.


오늘은 사무실에서 자주 듣는 말 중에 '일하는 방식'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말씀을 드려볼까 합니다.


'일하는 방식'이란 단어를 듣게 되는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팀장님. 지난번 회의 때도 말씀드렸듯이 저와 방향을 맞춘 다음 진행을 하셨어야 합니다. 팀장님은 우리의 일하는 방식과 많이 다르신 듯한데, 저와 한 방향 정렬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매니저님, 지난번 그 고객사에게 대응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비슷하게 하셨던데요, 그렇게 해서는 안됩니다. 저와는 일하는 방식이 많이 다르군요."


주로 상대방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이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C-Level이 팀장급에게 혹은 팀장이 팀원, 매니저급에게 말이죠. 듣는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내가 일을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했다는 뜻인가? 그럼 문제점을 얘기하면 되는데, 왜 나의 일하는 방식을 가지고 문제를 삼는 거지?" 



저는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란 말은 곧 '내가 법이다.'라고 해석이 됩니다. 딱히 잘못되고 있는 문제도 없는데 일이 아닌 '방식'을 공격하는 것은 이미 논점을 벗어났다고 봐야 합니다. 흔히들 하는 얘기처럼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저를 공격하는 격이지요. 혹은 이미 상대방의 실력에 대한 신뢰가 없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실력을 불신하기 때문에 방식조차 믿을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일하는 방식'에 대한 세 가지 질문에 대해서 말씀드려 봅니다.


1. 일하는 방식은 정의되었는가?

통상 일하는 방식이 정의된 케이스가 많지는 않습니다. 있다 하더라도 협업 Tool 사용방법이나 업무규정(전결권) 등 이 대부분일 것이고,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을 것입니다. 토론하거나 협의하는 방식, 회의를 진행하는 방식 등은 정의하기가 어렵지요. 하지만, 업계의 리딩회사들을 보면 언뜻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위와 같은 회의방식 등을 꾸준히 정의하고 공표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논점과 관계없는 절차의 마찰로 회의는 산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출처: 배달의민족 / 한겨레신문 기사]


2. 정의된 내용은 공표되었는가?

일하는 방식이 정의가 되었으면 꾸준히 구성원들에게 전파해야 합니다. 게시판에 한번 올리고 마는 정도가 아닙니다. 회의하는 방식이라면 회의실 안과 밖에 게시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CEO를 비롯한 회사의 리더십이 그 방식을 지지해야 합니다. 



3. (정의되기 전) 구성원 간 합의가 있었는가?

어느 정도 성장한 기업들의 경우가 아닌 초창기 스타트업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회사의 조직문화가 성립되는 시기에 단순하게 리더급들만 모여서 일하는 방식을 정의할 순 없습니다.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지 않고서는 합의되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물론, 회사가 성장한 이후 입사하신 분들은 일단 정의되고 합의된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따라야 하겠지만, 향후 개선에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일하는 방식'이란 표현을 저만 불편하게 느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일의 본질이 아닌 것을 문제 삼는 표현으로 보입니다. '합의되고/정의되고/공표된 일하는 방식'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음에도 '일하는 방식'이란 단어를 남발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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