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 각자 다른 부캐로 살아가기
저는 쉬는 공간과 일하는 공간의 분리가 절대 필요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재택근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집에서는 절대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하염없이 쳐질 뿐이죠.
당시 회사는 공유오피스에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보통 공유오피스에는 사무실외에도 아주 넓은 공용공간이 있습니다. 특히나 제가 있던 공유오피스는 공용공간을 시끄러운 곳 1개 층, 아주 조용한 도서관 같은 공간 1개 층으로 각각 운영하였습니다. 저는 퇴근 후 혼자서 조용히 도서관 같은 공용공간으로 새롭게 출근했습니다. 글을 쓰기 위함이었죠. 누가 볼까 염려되어 일부러 화물엘리베이터를 이용했습니다. 철저히 혼자이고 싶었거든요. 공용공간에 들어가서도 누가 볼세라 사람이 없는 어두운 구석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다행히 제가 '출근'할 때 다른 사람들은 퇴근하였기에 아주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무겁지만, 개인노트북을 가져와서 사용했습니다. 지급받은 업무용 노트북을 가지고 내려와서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저는 철저히 다른 자아로 존재하고 싶었습니다. 성능도 떨어지고 모니터도 작았지만, 제 개인노트북을 가지고 저는 저의 작가부캐인 'Kay’로 변신하였지요.
당연히 저녁식사를 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최소한 8시에는 퇴근을 해야 겨우 집에 가서 밥 한술이라도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6시 반 퇴근에 맞추어 약 1시간~1시간 반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 정도의 시간을 확보한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했습니다. 다른 자아로서의 한 시간은 저에게는 유일한 탈출구였기 때문이죠.
3개의 글을 작성하고 나니 일단 손가락이 조금은 '감'을 잡은 것 같았습니다. 일단 머리에 떠오르는 말들을 손가락들이 작성을 해 주었습니다. 내용이야 어찌 되었건 일단 '분량확보'는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하루에 1시간씩 다른 자아로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저는 제가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이 루틴 속으로 저를 밀어 넣기만 하면 되었지요.
[1화: https://brunch.co.kr/@beast11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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