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을 미루는 것도 새로운 결정입니다
안녕하세요 Kay입니다. 오늘은 예전 본부장님과의 대화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봅니다.
제가 한참 좌충우돌 정신없던 시기에 본부장님께서 저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하셨습니다. '신속'과 '정확' 두 가지 모두 중요한 가치이긴 한데,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어떤 것을 택하겠는가였습니다. 어디 배달 음식점의 캣치프레이즈도 아니고 왜 나한테 이런 질문을 할까 하고 고민했습니다. 당시 본부장님은 언제나 많은 일에 힘들어하는 저에게 당신의 지혜를 나눠주시려고 저에게 질문을 하셨음을 전 이제와 깨닫게 됩니다.
저는 결국 '정확'을 선택했습니다. 당시 저는 기획업무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기획은 한 장의 종이에 불과하지만, 그 뒤에 숨어있는 내용이 많습니다. 철저하지 않으면 처참하게 깨지기 마련이었죠. 그래서 언제나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더 철두철미한 기획안을 작성하기 위함이었죠. 그래서 저는 '정확'을 선택하였던 것입니다. 제 선택을 들은 본부장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두 가지 중에서 더 중요한 것은 신속일쎄. 김과장
팀장이 되고 나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었지요. 팀원들은 끊임없이 저에게 문제를 들고 왔습니다. 저는 그 문제의 답을 해주어야 했습니다. 객관식도 어려웠는데, 주관식은 엄두도 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정확한 답을 하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정을 미루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밤에 야근을 하면서 천천히 생각하면 정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저의 실패는 여기서부터 시작이었습니다. 결정을 '하는 것'만 생각했지 '제 때' 하는 것은 전혀 신경 쓰지 못했거든요.
그러니 일은 저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A라는 문제에 대해서 결정을 미뤘지만, 그동안 새로운 B.C가 밀려들어 왔습니다. A에 대해서 고민을 더 해야 하는데 자꾸 쌓이는 다음문제들 때문에 그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좀 더 정확한 결정을 위해서 고민하는 중이니 절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자기 합리화 혹은 정신승리에 빠져있었습니다. 하염없이 시간은 흘러갔고, A는 시기를 놓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진행을 했어야 했는데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다 보니 결과가 없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마이너스가 발행하고 말았지요.
제가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다음의 원칙을 가지고 결정을 하고 싶습니다.
1. 미루지 않고 신속하게 결정을 내릴 것입니다.
어차피 새로운 문제들이 계속 발생합니다. 지금 안 하면 못합니다. 그때그때 빠르게 결정을 해야 합니다. 결정을 미루는 것도 결정입니다. 결정을 미루면 시기를 놓치게 됩니다.
2. 실행을 하면서 문제가 생긴다면 빠르게 수정할 것입니다.
틀렸다면 빠르게 수정하면 됩니다. 신속한 결정의 장점이죠. 100% 완벽은 없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합니다. :-) 예상치 못한 문제는 언제나 생기기 마련이죠. 그 대응이 바로 팀장의 진짜 역할이 아닐까요?
3. 신속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끊임없이 학습할 것입니다.
사실, 결정은 어렵습니다. 심지어 신속하게 하려면 더 어렵지요. 하지만,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팀장은 팀원 이상으로 실무 전문가여야 합니다. 답은 꾸준한 학습밖에는 없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라면이야기로 오늘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신라면과 짜파게티가 있습니다. 둘 중에 하나를 먹어야 합니다.
2. 물이 끓고 있습니다. 빨리 어떤 라면을 먹을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합니다.
3. 신라면을 선택해서 면까지 냄비에 넣었는데, 갑자기 짜파게티가 먹고 싶어 집니다. 방법은 있습니다. 짜파게티 수프를 넣는다면 100% 완벽하진 않지만 짜장라면을 먹을 수는 있습니다. 반대로 짜파게티 면발에 신라면 수프를 넣어도 따뜻하고 매콤한 국물라면을 먹을 수는 있습니다. 조금은 어설프지만, 최소한 라면을 먹어야 한다는 목적은 달성할 수 있지요.
4. 즉, 신속한 결정을 하면 생각지 못한 문제가 생기더라도 비상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됩니다.
5. 하지만, 아무 결정도 못하고 고민만 하게 되면 물은 모두 날아가고 아무것도 못 먹게 됩니다.
저는 이제 와서 그때 본부장님께서 왜 신속을 강조하셨는지 알 것 같습니다. 이 시간에도 고군분투하시는 많은 신임팀장님들께서는 언제나 적시에 맛있는 라면을 끓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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