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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시니어의 이직에 대한 불편한 진실 2

49세 문과출신 N잡러 이야기

by Kay

일단 저의 직무인 HR에서 경력으로 필터링을 했습니다. 저는 경력 17년 이상으로 설정했습니다. 원래는 20년 이상으로 해야 하는데,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경력 17년 이상, 직무 HR 전반, 근무 지역 서울 전체 및 경기도 남부로 설정하고 폭풍검색을 시작했습니다.



왜 HR에 다른 업무가 섞여 있지?



이상했습니다. 분명히 HR이 채용공고의 제목이었는데, 뭔가 이상한 것(?)들이 조금씩 섞여 있었습니다. 어떤 공고에서는 HR팀장 포지션이지만, 회계재무 업무도 같이 해야 했습니다. (사실 규모가 있는 기업에서는 회계와 재무도 별개의 팀으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HR과 회계재무를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다른 공고에서는 HR 팀장 포지션이긴 했지만, 전산자원 관리업무도 같이 해야 했습니다.



분명히 채용 공고의 제목과 포지션명은 HR 팀장이었으나, 공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업무들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물론 부가적 업무라는 코멘트는 있었지만, 제가 보기엔 절대 아니었습니다. 100% HR을 하는 포지션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이미 경력(사실상 연령)으로 한번 필터링했기에 포지션 수가 많이 없는데, 또 이렇게 순수 100% HR을 찾으려니 쉽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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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저처럼 대기업에서 일을 시작한 경우에는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되기 쉽습니다. 대기업은 수많은 업무와 팀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인사이동이 있다 하더라도 저 같은 일반 사무직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사업무만 20년, 회계업무만 20년 경력을 가진 대기업 출신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대기업 출신은 누가 보아도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라 불릴 만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채용시장에서는 스페셜리스트만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시니어 포지션에서는 특정 분야의 스페셜리스트이면서도 다른 업무들까지 골고루 할 수 있는 제네럴리스트여야 했습니다. 저처럼 HR 팀장 포지션만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그만큼 선택의 폭이 좁았습니다. 이제 와서 회계재무 업무를 배우기는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나이에서 걸러지고, 또 직무에서 걸러지니 남는 포지션이 거의 없었습니다.


기계적으로 수없이 많은 기업에 지원을 했지만, 모두가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저는 점점 초조해져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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