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세 문과출신 N잡러 이야기
목표가 명확해진 지금, 저는 단 하나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고객사의 니즈에 부합하는 강의 만들기였습니다. 과거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HR컨설팅기업의 리더십개발팀장으로, 강사로, 영업자로 일했던 모든 경험을 되새기며 강의를 준비했습니다.
통상 기업강의는 일반적인 내용이 많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슷한 내용을 여러 기업에서 강의할 수 있습니다. 달라지는 것은 강의 슬라이드에 포함되어 있는 고객사 로고와 고객사의 특성에 맞춘 스폿자료나 액티비티 정도입니다. 고객사에서 원하는 니즈에 따라 여러 내용들을 조합하고 내용들을 보조할만한 스폿이나 액티비티를 첨가하면 아주 매끄러운 강의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고객사만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라면 일정 수준 이상의 과정개발이 필요합니다. 고객사의 니즈가 일반적인 내용이 아니라 그들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주 구체적인 내용들을 원하가 때문이지요. 이번 경우에는 상당 부분의 과정개발이 필요했습니다. 더구나 성과관리는 리더십 분야에서도 매우 어려운 분야입니다. 그저 웃고 떠들면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강의가 아니라 팀원들의 성과를 관리하여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치밀하고 체계적인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업에서 성과관리를 전문으로 강의하시는 분들은 박사급 이상의 교수님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런 수준은 아니기에 일단 성과관리 대가들의 지식이 필요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대형 서점에 갔습니다. 평소 알고 있었던 대가들의 성과관리 서적들을 다양하게 구매했습니다. 구매한 책들을 1 독해 보니 제가 과정개발에 활용하기 좋은 내용들로 구성된 책은 세권 정도였습니다. 저는 이 세 권의 책들을 정독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업팀장님도 참고가 될만한 자료들을 많이 검색해 주셨지요.
다양한 기업들의 사례도 필요했습니다. 저는 주니어 시절 대기업에서 전사 및 개별 현장 사업실적 관리 업무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그저 의미 없는 숫자들과 싸웠을 뿐이었는데, 지나고 보니 대기업의 체계적인 성과관리 노하우를 체득하는 기간이었습니다. 저의 친정인 그 기업은 국내에서도 아주 일찍이 ERP를 도입하여 매우 정교한 성과관리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경험이 강의를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약 일주일의 준비기간이 지나고 다시 시범강의를 했습니다. 고객사의 인사팀장님은 매우 만족하셨습니다. 그 결과 적정 실습인원수와 고객사 일정 등을 감안하여 총 7 차수의 강의가 확정되었습니다. 기쁨도 기쁨이지만, 7 차수의 강의로 생존기간을 2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일단 생존하였으니, 2 개월동안 강의에 집중하면서 계속해서 다른 길을 찾아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