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왔으면 "일"을 해야 합니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입니다. 판교에 있는 여러 고객사들의 담당자분들과 많은 미팅을 했었습니다.
판교라는 명칭에서 무엇을 느끼시나요? 모두들 비슷하실 겁니다. 최첨단 IT, Bio 산업 등 4차 산업을 이끌고 나가는 멋진 기업들이 즐비한 곳입니다. 판교 테크노벨리의 웅장한 건물들을 보고 있자면, 이곳에서 일하는 분들은 행운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런데, 몇몇 기업들의 상황을 보니 제가 상상하던 것과는 다른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간단하게 정리를 해보자면...
1.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창업을 한다.
2.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Start-Up 특유의 헝그리 정신으로 이겨 내었다.
3. 수익이 증가하고 조직의 규모 또한 그에 비례하였다.
4. 사업은 커지고 신입 공채로는 부족한 무엇(?)인가를 채우기 위해 경력자들을 많이 채용한다.
그런데, 4번처럼 많은 경력자들을 채용하면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CEO 혹은 창업자의 목소리가 조직 구석구석까지 들리던 초기 시절은 괜찮았지만, 조직이 커지고, 큰 건물의 몇 개층을 사용하다 보니 윗선의 목소리는 조직 구석구석까지 들리지 않게 됩니다.
신입 공채만으로는 큰 규모의 조직을 운영하기에는 벅차기 때문에 조직의 주요 자리에 경력자들을 채용하게 됩니다. 경력자들의 채용은 새로운 문화의 유입이라는 키워드로 볼 수 있습니다만, 제가 목격했던 사례들은 새로운 문화라기보다는 "판교와는 어울리지 않는 관습"의 유입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일까요?
대부분의 경력직들은 대기업 출신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팀장 이상급의 간부급이 많았습니다. CEO의 최측근이라고 볼 수 있는 인사, 재무 쪽은 새로운 조직의 규모에 걸맞게 대기업에서 해당 업무를 경험해 본 사람들이 많이 채용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판교의 Start-Up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상황을 "대기업 중역 놀이"라고 명명하고 싶습니다. 이 놀이는 대기업의 순기능은 전혀 전파시키지 않고 역기능만을 조직에 퍼트리게 됩니다.
1. 일단 이들은 취업 시 대기업 중역급의 처우를 요청합니다. (차량, 전용 운전원 등)
2. 회사에서는 CEO의 옆에서 멋진 보고만을 합니다. (안 좋은 일은 보고 안 합니다.)
3. 당장 필요한 일들이 아닌, 보고를 위한 보고만을 합니다. (직원과 CEO를 멀어지게 합니다.)
4. 장기적인 계획보다는 당장 자신들의 보장된 임기 내에서만 "반짝"할 수 있는 일만 신경 씁니다.
5. 책임전가, 무사안일주의, "갑"질의 사고를 주변에 전염시킵니다.
위의 놀이가 성행한 기업들에서는 미래 전략을 담당하는 부서가 해체되고, 해당 담당자들이 이직을 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의욕적으로 여러 가지 계획을 가지고 노력을 하였지만, 진행은 지지부진하였습니다.
물론 극소수의 사례지만, 현실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능력은 직장인의 필수이자 선결조건임은 부인할 수 없겠습니다만, 조직과의 "케미"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외부 인력들이 조직에 들어올 때는 그들의 "백그라운드"가 어떻게 되는지 꼭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