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예쁘다고 팔자 좋은 건 아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엄마가 경비아저씨에게 강아지 사료를 조금 줬다는 이야기를 했다. 갑자기 뭔 생뚱맞은 소리인가 싶었는데 엄마도 연유를 모른 채 그냥 찾아와서 강아지 사료를 조금 얻을 수 있냐고 해서 줬단다. 뭔가 필요한 일이 있나 싶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리고 몇 주 후, 학교에서 돌아오니 엄마가 심각하게 한 마디를 한다.
"유기견이 있대."
나는 또 뭔 소리인가 싶어 엄마를 쳐다보니 경비아저씨가 와서 버려진 강아지 키울 곳 있는지 아냐고 묻더란다. 그래서 뭔 소리인고 하니 아파트 주민인 누가 강아지를 상자에다가 버렸는데, 애가 너무 착하고 짖지도 않아서 지하실에 아파트 청소하시는 아주머니와 함께 몰래 키웠다고. 그런데 이게 벌써 한 달이란다. 그래서 저번에 사료도 얻어간 거란다. 그런데 더 이상 이렇게 키울 수는 없고, 보내야 할 것 같은데 막상 유기견 보호소에 연락하자니 그렇고, 캣맘으로 활동하고 있는 엄마한테 결국 구원(?)의 손길을 요청한 것이었다.
"... 그래서?"
"일단... 지하에... 가... 볼까?"
"...... 일단... 갑시다..."
경비아저씨 따라서 지하실로 가니 시츄 한 마리가 지하실에 있었다. 옆에 있던 청소 아주머니가 애가 참 짖지도 않고, 착하다고... 버려진 시츄를 처음 보았을 때 향수까지 뿌려서 좋은 향내가 났단다. 안쓰러워서 지하실에서 일단 보호는 했는데 아무래도 키울 사람도 없고, 찾지도 못해서 유기견 보호소로 보내야 할 것 같다고 혹시 어디 괜찮은 보호소가 어딨냐고 재차 묻는다.
그 버려진 시츄가 한 달간 지냈던 곳은 칠흑 같이 검고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다. 말 그대로 지하실이기 때문에 그냥 잡동사니나 버려질 물품들을 잠시 갖다 놓는 창고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그 애는 한 달 내내 빛 하나 보지 못한 채 거기서 밤에는 혼자서 그 넓은 지하실에서 있다가 새벽에 그 몰래 키운 경비아저씨와 청소 아주머니가 오면 꼬리를 흔들어대면서 짖지도 않은 채 그곳에 가만히 있었다고 한다.
유기견 보호소 보냈다간 채 1주일도 안 되어서 안락사 당할 것은 뻔한 상태고, 이미 눈에 담았으니 외면도 못 하겠고, 결국 우리 집으로 데려왔다.
엄마는 향수까지 뿌려서 버릴 정도면 나름 신경 썼다는 건데 왜 버렸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나는 순간 이 버려진 시츄가 '피부병이 있는 건 아닐까?' 란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몸상태도 깨끗하고, 그럴 것 같지 않다고 했지만, 보통 강아지 버릴 때 병이 있어 버리는 경우도 꽤나 많다고 들었기 때문에 병원부터 가자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병원에 도착해서 검진하니 수의사가 상큼하게 말한다.
"피부병 있네요."
순간 표출하지 못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간이 나빠요?"
"네?"
"간 수치 봐요. 높잖아요."
"아... 사실 이 애 우리가 키우는 애 아니고, 유기견인데... 어떻게 하다가 지금 우리가 데려왔어요."
내 말에 수의사가 한숨을 쉬더니 아무래도 버린 주인이 그래도 피부병 좀 고쳐보겠다고 피부약을 엄청 먹인 것 같다며, 피부약이 독해서 계속 먹이다 보니 이렇게 된 게 아닐까라고 추측한다고. 그 말을 들으니 그렇게 신경 썼으면 끝까지 고치려고 노력하지 이 애를 왜 버렸나 싶었다.
"그런데 이 애 꽤나 비싸게 줬을 텐데..."
"네?"
"봐요. 예쁘잖아요. 시츄 중에 이렇게 잘 생긴 애 드물어요. 이 스칼라 봐요. 아마 특 A나 S급이라 비싸게 주고 데리고 왔을 거예요. 시츄 수컷이 보통 35만 원인데, 얘는 수컷이어도 아마 50에서 60만 원은 줬을 거예요."
수의사의 말에 더 할 말이 없었다.
나는 시츄의 외모가 어떤지 몰라서 잘 몰랐는데 이 유기견이 진짜 외모가 출중하긴 출중한 모양이었다. 다른 동물병원에 가서도 수의사의 첫마디가 "잘 생겼네~ 비싸게 주고 데리고 왔겠어요."였다. 수의사들이 무슨 단체로 짰는지 말하는 것도 거의 비슷했다. S급이다, 수컷인데도 암컷만큼의 가격을 줬을 것이라고. 하도 잘생겼단 소리를 이곳저곳에서 들어서 시츄들 사진 찾아보니 잘 생기긴 잘 생긴 얼굴이더라. 그래서 내가 <시츄계의 장동건>이라고 별명을 붙여줬다.
어딜 가든 잘 생겼다, 비쌌겠네 이런 소리를 들으면서 맘이 참 복잡하더라. 집에서 몇 년째 함께 하고 있는 하늘이는 외모가 C급이라 예방주사 값만 받고서 데리고 와서 그 온갖 사고를 치다 못해, 생후 1년이 채 되지 않아서 슬개골 탈구되어서 100만 원 넘게 까 먹어, 3-4살 정도 됐을 때에는 갑자기 간질이 생겨서 툭하면 24시간 동물병원 찾아가, 약값만 매달 꼬박꼬박 15만 원 이상 들어가, 중간중간 검사도 하느라 돈 까 먹고, 그 와중에도 내 볼을 무는 바람에 찢어져서 또 돈 엄청 날아가...
정말 하늘이가 몇 년 사이 친 사고를 수습하는 것만으로도 돈 단위가 경이로울 지경인데도 가족들 전부 사고는 엄청 치는 하늘이가 또 예쁘다고 이리 데리고 다니고, 저리 데리고 다니고, 심지어 지방 가는 순간에조차 하늘이는 데리고 갈 정도로 진짜 이름 그대로 하늘처럼 떠받들고 살고 있는데 말이다.
그런데 돈도 많이 주고, 어딜 가나 예쁘고 잘생기다는 소리만 듣는 이 시츄는 정작 주인에게 버려져서 차갑고 음습한 지하실에 한 달이나 갇혀 있다가 생명줄은 다행히 길어서 그런가 우리한테 오니... 팔자는 참 아무도 모를 일이다 싶었다. 좋은 외모를 타고났다고 하여 팔자도 좋으리란 법은 사람도 없지만, 동물도 마찬가지구나 싶더라.
그래서 엄마는 이 애에게 지금부터라도 사랑 많이 받고 자라라고 '사랑'이라고 이름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