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보단 하나다.
별과 하늘이는 약 10개월 차이가 난다. 별이는 5월 20일생이고, 하늘이는 3월 20일생으로 어쩜 날짜도 그리 동일하게 태어났는지 그렇게 봄에 2달 간격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결국 또 10개월 간격으로 우리 집으로 각자 발을 들이는 서사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 두 마리 덕에 내 인생에 흔들린 적 없었던 신념 혹은 소망 혹은 계획이 무참하게 수정되는 서사를 갖게 되었다.
별이는 입이 부르트도록 이야기하지만 정말 사.랑.스.럽.다. 존재 자체로 사랑스럽다라는 건 별이와 같은 존재에게 쓰인다는 것을 정말 감탄할 정도로 온 몸으로 체감한 우리 가족은 별이한테 꿈뻑 죽었다. 이 집안은 별이가 한 번 동물병원 갈 때 다 같이 갔다. 딸이 신우신염으로 죽어갈 때조차도 혼자 병원 가서 검사 받으라 했던 우리 부모님이, 고양이 한 마리 아프니까 온 가족 다 대동해서 병원에 가는 정말 팔불출의 끝판왕이었다. 참고로 이 짓은 하늘이가 와도 동일했다. 이 온 가족 동물병원행은 애들이 온 지 3년이 지나고 나서야 이게 뭔 짓인가 깨닫고 그만 뒀다.
잠깐 옆길로 샜지만 그렇게 사랑스러운 존재에게 우리 가족은 꿈뻑 죽었기 때문에 집에 있으나 집을 나가나 집에 들어오나 첫 마디는 "별아~", "별이 어딨니?", "우리 별!!!"이 되시겠다. 온 가족이 스토커마냥 별이의 눈짓 하나, 발짓 하나, 귀 까딱거리는 것에도 무슨 광신도마냥 추종하기 바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가 성격이 지랄맞기 짝이 없던 하늘이가 들어왔는데, 정말 사고란 사고는 다 치고 다녔다. 강아지 키우면서 진짜 신발 한 짝 정도 뜯기는 건 그냥 기본이다. 별이는 정말로 어디 하나 나무랄 데 없었는데 하늘이는 '저거 도대체 뭐여?'란 생각 밖에 안 들었다. 가장 충격이었던 건 화장실이 해결이 안 된다는 것. 별이만 키우다 보니까 너무나도 당연하게 화장실 문제는 해결이 되었던 터라 하늘이는 배변훈련을 시켜줘야 한다는 걸 어디선가 희미하게 들었던 것 같은데 막상 눈 앞에 닥치니 답도 없더라. 하늘이가 오고 나서 우리 집은 정말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는데 온 가족이 귀가하자마자 하늘이가 사고친 것부터 수습하느라 "하늘아!"가 시작이고, 집에 있는 동안에도 하늘이 뒤꽁무니 쫓아다니며 사고치는 것 막고, 사고치면 "야!!!!!!!!!!"하는 괴성과 함께 사고친 거 해결하느라 하늘이한테 온 정신이 다 팔려있었다. 그리고 어쨌든 별이보다는 어렸기 때문에 세심한 관심과 정성도 필요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하늘이와 함께 하며 느낀 건 강아지는 정말 고양이보다 손이 많이 가다 못해 사생활마저 없었다! 가뜩이나 사고뭉치인데 정말 하늘이는 유달리 사람을 졸졸 쫓아다니는 애였다. 엄마가 설거지하고 있으면 그 발 옆에 딱 붙어서 설거지하면서 떨어지는 물을 다 맞으면서도 붙어있는 애였다. 침대나 소파 위에 올려놓아도 다시 내려와 엄마 발 옆에 딱 붙어 있는 터라 나중에는 우리 엄마도 아예 포기했다. 더군다나 세 살 버릇 제대로 들여놓은 내 잘못 덕에 잠잘 때마저 사람하고 당연히 붙어자야 하는 하늘이는 24시간을 사람과 붙어 사는 애였다. 하늘이는 거의 혼자 있을 일이 없었는데 내가 거실에 있다가도 방으로 들어가면 방까지 쫓아와서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나를 쳐다보면 또 마음이 뭉클해져서는 둥기둥기하는 건 별이와는 할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이래서 강아지 키우는구나 싶더라. 사고는 쳐도 또 그 사고를 무마시킬 정도로 강력한 힘이 있었다.
사람으로 비교하자면 별이는 전교에서 알아주는 미모의 소유자로 시험 보면 전교 1등을 도맡아 하며, 항상 품행이 방정하고, 무언가 시키면 똑소리나게 하게, 글짓기고 미술이고 대회만 나갔다 하면 상을 타오는 엄친딸이라고 하면, 하늘이는 공부보단 놀기 좋아하고, 놀아도 꼭 사고쳐서 야구하다가도 꼭 다른 집 창문 깨먹어서 그 창문 값 물어주느라 부모가 온 동네방네 돌아다녀야 하는 장난꾸러기인데 동네 사람들에게 그렇다고 미움 받지는 않는 골목대장 같다.
어찌하였든 우리 집은 하늘이가 오자마자 모든 것이 하늘이 중심으로 일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근데 그것을 깨닫는데 한 2주는 걸린 것 같다. 하늘이가 오자마자 사고를 하도 치니 별이를 챙길 여력이 없었다. 하늘이 오기 전에 별이를 하루에도 100번은 불렀다고 하면, 하늘이 오고 나서는 하루에 별이를 10번 정도 부르는 것에 지나지 않고, 온 신경과 온 관심이 하늘에게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로 가족 전반이 그러기도 했다. 어쨌든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 강아지가 바닥에 도도도 돌아다니는데 오구오구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별이는 그런 우리들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을 수도 있고, 딱히 대단하게 상처를 받거나 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나는 어린 하늘이 들어오자마자 바로 위의 별이가 치이는 걸 보면서 '둘째가 생길 때 첫째를 더 챙겨야 한다'라는 말을 마음으로 이해하게 됐다. 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적어진 것은 절대 아니지만 어쨌든 당장 손길이 필요한 좀 더 어린 하늘이에게 관심이 쓰이는 건 불가항력적이었다. 내가 별이 입장이었다면 서운해서 눈물 뚝뚝 흘렀을 것 같다.
그러면서 다짐하게 된 건 '애는 반드시 하나다'. 나는 그 전까지 노래를 불렀던 것이 반드시 아들, 딸이랑 오순도순 평생 살아갈 거야~였는데 둘을 키울 만한 역량이 내겐 눈꼽만큼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평하고 평등하게 사랑을 주는 건 사실상 둘이 되면 불가능하다. 마음은 동일할지라도 어쨌든 어느 한 명에게 더 신경이 쏠릴 수 밖에 없다.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이든 말이다. 동물마저 조금 더 어린 애가 들어오자마자 온 신경이 그 쪽에 팔려서 조금 더 큰 애한테 손길이 못가는 나를 보면서 차라리 외동으로 부족함 없이 옴팡지게 사랑과 애정과 관심을 쏟는 게 누군가를 소외시키는 것보단 낫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게 덜 불행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날 이후부터 내 입에선 '애는 무조건 하나야'로 바뀌었다.
이렇게 깨달았지만 인생이란 게 뜻대로 되는 건 아니었기에 이후에도 줄줄줄 들어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