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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tykwariat Jun 30. 2023

[간식 시집] 냉동실에 넣어둔 폴 바셋 돌체 라떼

냉동실에 일곱시간 후, 슬러쉬 느낌  폴 바셋 돌체 라떼 RTD

* 프랭크 오하라의 <점심 시집>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으나 ‘시집’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우리집에 꼭 빼놓지 않는 간식이 있다면, 레디투드링크 음료, 폴 바셋의 돌체 라떼 이다. 우리집 냉장고는 무척 작은데, 그 작은 냉장고의 맨 아랫칸을 가득 채우는 것은 일용할 양식이 아니라, 이 커피 음료이다. 역시 카라멜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이 달콤한 카라멜과 묵직한 크림이 섞인 조합은 매일 나를 충전 시켜주는 맛이고, 아침잠을 깨우는 맛이다.


남편과 나, 돌체 라떼가 냉장고에 하나만 남았을 땐 눈치 작전으로 누가 먹을까 노려보게 되는데, 그래서 가끔 나는 이게 하나만 남았을 땐 김치통 뒤에 숨겨 놓기도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이 커피가 없으면 정말 하루를 시작할 의욕이 나지 않기 때문에…냉장고에 없으면 편의점에 사러 가기도 하지만, 편의점에도 없을 때가 많아서 (그럴땐 아쉬운대로 스타벅스 라떼 RTD를) 미리미리 냉장고에 채워 두어야 한다.


요즘은 기말고사 기간인 딸까지 이 돌체 라떼를 마시기 시작해서 회전율이 더 빨라졌다. 얼마전에 마켓 컬리에서 돌체 라떼를 4개 주문했는데, 택배 상자를 열어보니 3개만 있는게 아닌가. 그래서 고객 센터에 얼른 전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가, 혹시 아이가 먹었나 싶어서 (그러나 상자 테이프는 봉해져 있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역시나 아이가 꺼내 먹었다고 했다. 어쩔 수 없는 엄마인 나는 아이가 이렇게 택배 상자를 뒤져서 알아서 챙겨 먹은 것이 왜 이렇게 야무져 보이는지. 이런 일이 처음이라 그런지 생각할 수록 귀엽고 웃음이 난다. (이년여 후면 성인인데도!)


어제 밤에는 마켓 컬리에서 폴 바셋 돌체 라떼 라이브 방송을 했는데, 무려 25만명 정도가 보는걸 경험해서 놀랐다. 원래 이정도 보나? 마침 알람이 떠서, 내가 좋아하는 음료의 방송이니까 얼른 들어가 보았다. 할인율은 무려 약 35%, 한상자에 원래 38000원 인데, 라이브 방송 특가는 무려 24700원이었다. 이 역시 물론 안사면 0원 이지만, 두 상자를 사면 26600원(돌체 라떼 8개 정도) 정도 할인 되는 것이기에 일단 구매를 했다. 우리집엔 거의 쌀이나 김치처럼 늘 냉장고에 있어야 하는 것이니까. 나처럼 이 돌체 라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총 한시간 반 정도 진행되는 라이브 방송 종료 사십여분 전에 이미 품절이 되었고,  실존 인물인지 잘 몰랐던 진짜(?) 폴 바셋 바리스타는 방송에 두 번 등장하기로 리허설을 했다고 하는데, 조기 품절로 한 번만 등장하고 방송은 끝이 났다.


아무튼 이렇게 나에게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생각나게 하는 이 폴바셋 돌체 라떼에 며칠전부터 즐거운 요소가 하나 더해졌다. 바로 살짝 얼려서 마시는 것. 한 일곱 시간 정도? 자기 직전에 냉동실에 돌체 라떼를 넣어 놓고 자면, 일어났을 때 살얼음이 낀 슬러쉬 형태가 되어 있는 것이다. 손잡이가 있는 유리 고블렛 잔에 담아서 마시면 요즘 같이 아침부터 눅눅한 날씨에 기분이 바로 좋아진다. 냉장 상태일 때도 맛있지만, 가끔 좀 느끼하다고 여겨질 때도 있었는데 이렇게 살짝 얼려 마시니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오늘 아침에도 시험 기간이라 네시 반에 일어난다며 알람을 맞춰 놓고 잔 딸을 위해 이 살얼음 낀 돌체 라떼를 준비했는데...역시 알람을 끄는 건  나의 몫. 옆에서 음료를 들고 대기하고 있는 것도 나의 몫.  그래도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는 나를 위한 음료 한잔, 그리고 무엇을 발췌할까 보며 뒤적이는 책 한권, 이렇게 마음 속에 쌓여진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 이 있어서 속이 터져도(?) 잘 봉합이 되는 것 같다. ㅋㅋ


오늘의 표현

'터져도 잘 봉합되는 나의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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