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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린 May 10. 2020

빛나는 초여름 오후

지는 해가 아파트 건물 위를 대각선으로 나눠 빛과 어둠을 만든다. 몸에서 살짝 땀이 나면 금세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힌다.


비가 닦아낸 하늘에는 흰 구름이 바람 타고 두둥실 떠내려간다. 나를 둘러싼 공기가, 풍경이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춘 듯 완벽하다. 기분 좋은 오후다.


이는 두 발을 땅에 떼고 허공에 발을 휘저으며 그네를 탄다. 맨몸으로 하늘을 날면 저런 표정이 나올까. 아이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아이의 눈에 세상이 가득 담긴다.

바삐 줄지어 기어가는 개미, 벽을 타고 오르는 거미, 바람에 하늘하늘 인사하는 붉은 장미, 매연 뿜으며 달려가는 버스.


내 두 손가락을 꼭 잡고 쫑알대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웃을 수 있는 지금, 빛나는 초여름 오후가 감사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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