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7일, 엄마가 향한 그곳

할머니가 돌아가신 그 후

by 김예린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걱정 말아요 그대, 가사 중 일부>’


라디오로 노래가 흘러나왔다.

‘나는 후회 없이 사랑했을까?’

‘후회 없는 사랑’은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했을 때나 해당하는 말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늘 그렇듯. 자식은 ‘갑’ 부모는 ‘을’이다. 부모의 일방적인 사랑을 깨닫는 건 자식이 부모 자리에 서 봤을 때다.

아직 할머니의 자리에 서보지 않은 나로서는 할머니의 내리사랑의 깊이가 얼마나 깊은지 짐작조차 못 한다.

난 할머니의 내리사랑에 최선을 다해 답하지 못했었다. 그렇기에 할머니와 이별은 썼고, 후회는 물밀듯 밀려왔다. 내 생애 처음 맞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과 이별이었다. 더 이상 만나지 못하는 ‘이별’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커다란 땅굴 속에 혼자 갇혀, 머리 위로 쨍쨍 비치는 햇빛만 쳐다보는 신세 같았다.

망고를 썰어 담아 할머니에게 가져다주던 반찬통 위에 ‘이복연’ 이름을 발견했을 때, 무심코 사진첩을 보다 할머니의 웃는 얼굴을 마주했을 때, 일상의 순간마다 이별과 마주쳤고, 무너지는 마음을 붙잡아야 했다. 엄마를 잃은 엄마는 나보다 더 깊은 슬픔에 잠식됐다.


“오빠, 나 엄마 보고 싶을 때 어디로 가야 돼? 어디로 가야 되는 걸까.”


삼베옷을 입고 누운 할머니 마지막 모습을 본 엄마는 울부짖었다. ‘울부짖었다’ 엄마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문장이었다. 엄마는 하늘을 향해, 울며 소리쳤다. 엄마의 외침이 하늘에 닿았을까.

할머니에게 들리지는 않았을까. 나는 감히 바래봤다. 엄마를 잃은 엄마는 더 이상 엄마를 보러 갈 곳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엄마는 갈 곳을 잃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딱 1년 뒤 2020년 5월 7일. 엄마는 그리움을 안고 문이 굳게 잠긴 할머니 집으로 향했다. 배를 곯으며 가난했던 엄마의 유년을 보냈던 동네, 가난이 너무나 싫었던 엄마의 옛집을 찾아갔다. 길은 멀었다. 버스, 지하철, 버스 환승을 두 번이나 해야 도착했다. 빠르게 지나가는 창밖 풍경을 보며, 엄마는 할머니 집을 향한 길에서 텅 빈 마음을 눈물로 채워갔다. 엄마가 쓴 마스크 위로 자꾸만 눈물이 떨어졌다.


‘남부민경로당.’


여전했다. 할머니 집을 향하는 마지막 관문인 100개가 넘는 계단은 페인트가 벗겨진 채로 하늘을 향해 닿았다. 헐떡이는 숨을 고르며, 엄마는 계단 끝 첫 집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엄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목 놓아 울었을까. 할머니 집 앞에 앉아 멍하니 하늘만 바라봤을까. 엄마를 잃은 엄마의 이별은 얼마나 쓸까. 겪어보지 않는 슬픔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엄마는 어버이날을 맞아 꽃집 앞에 내놓은 빨간 카네이션을 사 드릴 곳이 없어 바라만 봤다 했다. 어버이날 꽃은 눈물꽃이 됐다.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라디오에 사연을 보냈다.

‘지난해 오늘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꽃집 앞 카네이션을 보고도 사서 드릴 우리 엄마가 없네요. 엄마가 많이 보고 싶습니다. 라디오 디제이가 엄마 사연을 읽었다. 곧이어 엄마의 신청곡이 흘러나왔다. 노랫말이 엄마의 마음을 어루만져줬을까?


사랑한다 사랑해

가슴 벅찬 그 이름

부르고 불러도 모자란 사랑아

보고 싶다 그립다 아파해야만 하죠

사랑해도 모자란 그대니까

미안해요 내 욕심 때문에

그대 아픈 것도 몰랐나 봐요

언제나 나를 향해서 웃는 그대가

행복하게만 보였죠

항상 잘하려고 생각했는데

그대 힘들게만 했었나 봐요

잘해 주지 못해서 아껴주지 못해서

미안하단 말 뿐이죠

사랑한다 사랑해

컬투-사랑한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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