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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예라 Aug 31. 2022

'동안'보다 '동심'

작가는  여든의 나이에도 소년의 마음을 지녀야 한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무엇으로 할지 고르기 위해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을 한 장 두장 살펴보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갑작스럽게 더욱 노화가 찾아온 것 같은 내 모습에 이내 심난해졌다. 필터가 장착된 앱을 이용해 사진을 찍어도 눈가 주름과 빵빵한 볼살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는지, 내 눈에 자꾸만 거슬린다. 나는 도대체 언제쯤 야윌 수 있을까? 적게 먹으며 열심히 걷기 운동을 하는데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뱃살과 팔뚝살은 나의 마음을 시시때때로 우울하게 한다. 그렇다고 급하게 살을 빼기 위해, 탄수화물을 극도로 줄이는 급한 다이어트를 했다가는 잘못하면 죽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이어트하다 죽는 것보다는 차라리 옷으로 풍성한 팔뚝살과 뱃살을 교묘하게 가리되 더 이상 살이 찌지 않도록 건강한 식단을 연구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최근 내 사진을 무심코 넘겨보다 충격에 빠진 나는 아름다워지고 싶고, 어려 보이고 싶은 마음에, 다른 지혜로운 사람들의 젊게 사는 방법을 배워보기로 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창에 '동안'을 쳐보았다. 검색 결과로 제일 먼저 성형외과, 피부과, 화장품 광고, 그리고 인터넷 쇼핑몰 광고가 올라왔다. 많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는 노화를 이겨내고 하루라도 젊어진 모습으로 살기 위해 성형을 하고, 피부에 시술을 받고, 고가의 화장품을 바르고, 스타일에 맞는 옷을 고르나 보다. 다른 사람들도 나이보다 어리게, 그러면서도 세련되고, 건강하게 나이 듦을 맞이하고 싶은가 보다. 검색 결과를 보니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젊어 보이는 미모를 위해 성형수술을 받자니 무섭고, 피부과에 가자니 비싸고, 화장품은 효과가 있을지 잘 모르겠고, 옷을 사자니 지난달에 이미 친구네 샾에 가서 옷을 사고 신용 카드를 긁은 탓에 괜히 남편 눈치가 보였다. 역시, 자연의 순리와 세월의 섭리를 거스르는 데는 돈이 필요했다. 


반갑지 않은 노화 현상과 고가의 동안 유지 비용을 받아들이느라 심난하던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책을 읽었다. 매우 반갑게도 조정래 작가님의 글에서 '작가는 여든의 나이에도 소년의 마음을 지닐 수 있다'는 희망찬 문구를 발견했다. 작가는 우리가 소년의 마음을 가지고, 호기심이 충만한 눈빛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끊임없이 배우고 성찰하여 그것을 성실하게 글로 남긴다면 '동안'은 어려워도 '동심'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해 준다. 


그러고 보니, 나도 그렇게 노력한다면 얼굴에 주름 하나 없이 팽팽한 얼굴은 아니더라도, 세상을 향해 활짝 열린 넓은 마음은 가질 수 있을 것은 기분이다. 언제 만나도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끊이지 않고, 세상을 두루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고 있으며, 타인에게 나누어 줄 밝고 명쾌한 기운이 생길 것 같다. 자연스레 내 주변에는 나와 대화를 나누거나 교제를 하기 위한 사람들이 끊이지 않을 것이고, 풍성하고 의미 깊은 대화를 하며 즐거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날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웃고, 즐겁게 배우고, 끊임없이 글을 쓰고,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수줍게 권하다 보면 하루하루가 행복할 것이다. 어린아이처럼 치아를 다 드러내고 환하게 웃는,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주름진 얼굴을 가진 맘씨 좋은 할머니가 되면 참 좋겠다. 


아무래도 나에게는 '동안'보다는 '동심'을 지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동심을 가지기 위해 도서관에 갔다. 수많은 양질의 도서 중 하루에 무려 다섯 권이나 빌릴 수 있다. 도서관이 넓고 커서 이곳저곳 아이 손을 잡고 돌아다니다 보면 걷기 운동도 된다. 다섯 살의 아들과 커다란 책꽂이를 사이에 두고 조용한 숨바꼭질도 할 수 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커피 한 잔을 내린 다음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으며, 오늘 쓸 에세이의 주제를 얻는 것은 커다란 덤이다. 책을 빌려 독서를 함으로 마음이 소녀처럼 어려지고, 총명해질 수 있는데 돈이 하나도 들지 않는다니, 합리적으로 기분 좋은 일이다. 


작가와 떼려야 뗄 수 없이 밀접한 요소, '독서와 글쓰기,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삶에 가지는 관심', 이 세 가지는 동심과 연결된다. 경험해 보지 않은 세계에 대해 열심히 공부해서 마치 그 세계를 알고 있는 것처럼 내 것으로 소화해서 글을 쓰는 작가. '동심'을 가지기 위한 최고의 직업이 맞는 것 같다. 그러니 바로 지금, 그리고 오늘 나는 하루치의 글을 쓴 만큼 내 마음 역시 젊어졌을 것이라 믿는다


'작가는 여든의 나이에도 소년의 마음을 지녀야 한다' 괴테가 한 말입니다.

저는 죽는 날까지 소년이고 싶습니다. 저는 자기 직업을 자랑스러워하고, 최선을 다하는 분들의 모습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 조정래, 2020, '홀로 쓰고, 함께 살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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