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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예라 Dec 26. 2022

꾸준함과 성실함

Photo by Brett Jordan on Unsplash


재작년 이맘때, 우리 동네 사거리에 옥수수와 붕어빵을 파는 작은 노점상이 생겼다.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나도 아이들도 이 집 찰옥수수와 붕어빵을 좋아해서 종종 사다 먹곤 했다. 아이 어린이집을 데려다주러 가는 아침이면 사장님은 영업 준비를 하고 계셨고, 아이를 데려다주고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하고 돌아오다 보면 이미 그분은 열심히 붕어빵을 굽고, 팔고 계셨다. 그렇게 사장님은 2년을 하루같이 일정한 시간에 문을 열고, 가게를 운영하고, 문을 닫으셨다. 붕어빵 사 먹기에는 조금 더운 봄날과 거의 손님이 없다시피 한 여름에도 그분의 출퇴근시간은 한겨울 성수기와 같은 시간이었다. 바로 맞은편 마트에서 좀 더 싼 가격으로 다양한 종류의 붕어빵과 옥수수를 파는 바람에 지나가던 행인이자 단골 고객인 내가 사장님의 매상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 대형마트의 상도덕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하는 글을 썼던 기억이 난다. 

날씨가 다시 쌀쌀해 지기 시작한 늦가을 무렵부터, 붕어빵집 앞에는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교복 입은 학생들, 아이의 손을 잡은 엄마, 강아지 데리고 선책 나온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퇴근길인 듯한 정장차림의 20, 3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청년들까지 사장님의 붕어빵을 사기 위해 각자 휴대폰을 보면서 기다리는 무료함을 달래고 있었다. 나는 그 앞을 지나가며 길게 줄 선 손님들을 바라보며, 사장님의  붕어빵 가게가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 같아 얼마나 흐뭇한지 모른다. 

붕어빵집 사장님의 성실함과 꾸준함을 바라보며 나의 글쓰기와 독서 습관에 대한 반성이 저절로 되었다. 요즘, 아이들을 돌보느라, 특히 둘째 아이 돌보고, 살림하느라 글을 쓸 시간을 내지 못했다. 솔직히 핑계다. 읽으려 사놓은 책도 여전히 쌓여있는데, 하루종일 시달리다 보면 채 한 장도  못 읽어 마음에 죄책감만 나날이 더해가곤 했다. 한여름 뙤약볕에도 뜨거운 붕어빵틀에 열심히 반죽을 붓고, 통밭을 넣고, 적절히 뒤집어 노릇노릇하고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붕어빵을 구워내시는 사장님처럼 나도 그렇게 일정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는데, 나의 졸린 눈꺼풀을 이기기에는 체력이 너무 저하되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주쯤 챙겨 먹는 멀티비타민이 다 떨어졌는데 새로 사지 못했다. 이유는 다름아닌, 귀찮아서이다. 그러고 보니 오메가 3와 유산균 챙겨 먹는 것을 잊곤 했다. 이제 나의 체력을 붙잡아 줄 건강보조식품을 제대로 챙겨 먹어야겠다. 그리고 운전 연습한다고 잠시 게을리했던 걷기 운동도 다시 시작해야겠다. 체력이 국력임을 기억하며, '쓰는 사람'이라는 나의 정체성을 되찾아야겠다. 끝까지 쓸 줄 알고, 기다릴 줄 알고, 노력할 줄 하는 나 자신이 되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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