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아이_화요일 오후 세 시의 오븐_250708
출근길 버스를 타고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었는데, 구청 글판의 문구가 바뀌었더라.
바람 한 줄기 그늘 한 자락
행복은 소소함 뒤에 숨어 있는 것
맞아. 내게 행복을 주는 것들은 늘, 조용하고 작고 말 없는 것들이었어.
그런데, 이상하지?
아끼면 아낄수록 조급해졌고, 그 마음이 모든 걸 흐리게 만들고 시야를 가렸어.
그렇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마음 한구석엔 의자가 놓여있다.
그 의자에 앉아 정면을 바라보면, 허공에 거울이 떠 있다.
그 거울 속엔 아이 한 명이 있다. 말을 걸어도 답하지 않는 아이.
아이는 연못가에 앉아 발을 담그고 있다. 내겐 뒷모습만 보여준다.
거기 있는 네가 무엇을 보는지 나는 몰라.
풀숲엔 뭐가 살아?
그 연못에는 물고기가 있어?
…
사실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어.
왜 내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느냐는 거야.
흙탕물일 때가 있어. 마음이 말이야.
모든 것들이 다 뒤섞여 흐려진 거야. 그럴 땐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해.
그래야 불필요한 것들은 저기 저 아래로 가라앉고 다시 맑아질 수 있으니까.
그런데 너는 왜 자꾸만 발장구를 치는 거야?
얼굴을 보여주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고.
네가 발장구를 쳐서 물이 흐려질 때마다 내 마음이 어지러워.
그만 좀 해. 웃으면서 그렇게 행동하는 네가 미워.
차라리 말해, 알려줘. 도대체 뭐가 문제야?
나는 여기서 너를 계속 기다리잖아.
기다린다는 말에 아이는 짓궂은 웃음도 거두고 발장구도 멈췄다. 그러곤 주머니에서 색종이 한 장을 꺼냈다. 무언가를 휘갈기듯 적고는 종이비행기를 접어 무심하게 나에게 날렸다. 여전히 고개는 나를 향하지 않은 채로.
‘정말로 네게 중요한 게 뭔데?
내가 발장구를 쳐서 네 마음이 흐려졌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해?’
어차피 설명은 불완전해. 내가 말한다고해서 온전히 전해질 거라 믿지 않아. 그래도 네가 이해해 주면 좋겠어. 나는 너를 알고, 너도 나를 알잖아.
잠시 후, 또 다른 종이비행기 하나가 날아왔다.
‘네가 나를 알아? 너 자신을 설명하지도 못하면서? 가장 가까우면서 가장 낯설어.
너는 시간이 흐르는 소리를 들어본 적 있어? 물이 흐르고, 바람이 스치고, 풀이 자라는 소리 말이야.’
너와 나는 다른 걸 보는 거야. 너는 무엇을 보는 거니? 설명은 완전하지 않아.
나는 매일 달라져. 매일 다른 걸 느껴.
그런데 정확하게 무엇인지도 몰라. 이해할 수가 없어.
설명하지 못한다고 쉽게 말하지 마.
‘그러니까 말이야. 그냥 흘러가도록 두지 마. 그러면 안 돼?
너조차도 이해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으니까 말이야.
네가 너를 알아차리면 안 돼? 그걸 우선시하기로 네가 선택하면 안 돼?
밀리고 밀리다 뒷전으로 두지 말고, 놓지 않고.
네가 내 편이 되어서 지금, 여기의 너에게 몰입하면 안 되는 거야?
네가 너를 스쳐 지나가 버릴 때마다 나는 발장구를 친 거야.’
마음을 흐리게 만드는 건, '내가 나를 안다'는 착각이었다.
정말 해야 하는 말은 뭐였을까?
있잖아, 나는 너에게 뭘 물었어야 해?
영원히 돌아봐 주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 뒷모습이
서서히 움직이더니, 마침내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을 마주했다.
"너를 어떻게 사랑하면 돼? 나를 어떻게 사랑하면 돼?"
완전한 이해는 없어.
이해할 수 없어도 괜찮아.
우리는 서로를 이해해 주기 위해 충분히 노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괜찮아.
괜찮을 거라는 마음으로 우리, 서로의 편이 되어주자.
답을 찾지 말고 오답을 품어가자.
그렇게 우리 완벽하게 솔직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