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_화요일 오후 세 시의 오븐_250225
“여기가 어디지? 너무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목소리가 어딘가로 끝없이 멀어지는 걸 느꼈어요. 그곳이 어디인지 몰라도요.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고요함은 사방에서 안개처럼 스멀스멀 짙게 느껴졌어요.
목소리는 움직여보려고 했지만, 그럴 수 있는 몸도, 뻗을 손도, 내디딜 발도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나는 뭐지?’
목소리는
그냥 그렇게
덩그러니
여기 있었어요. 여기가 어디인지 몰라도요.
“나는 아무것도 아닌 걸까?”
그 말은 어둠을 강하게 흔들었습니다. 그때, 저 멀리서 빛이 깜박였어요. 아주 희미한 빛이었어요. 희미한 빛의 소리가 들렸어요.
‘가자.’
어딘가에서 들려왔어요.
“어떻게요? 저는 발이 없고, 몸도 없어요. 움직일 수 있는지조차 모르겠다고요.”
또 어딘가에서 속삭였어요.
‘그래도 해 봐.’
목소리는 그래도 해보라는 말에 힘주고 싶은 마음이 불끈 생겼어요. 그러자 무언가가 그 희미한 빛에 닿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온기가 느껴졌어요.
“어?!”
놀란 목소리는 다시 한번 집중했어요. 처음에는 약하고 짧았지만, 점점 길고 짙어지는 온기가 느껴졌습니다. 집중할수록 빛은 더 밝아졌습니다.
그때 떠올랐어요. 자꾸만 뒤돌아보는 모습들이요.
기억 그 자체가 아니라 가볍거나 무겁고, 동그랗거나 모가 난 어떤 느낌들.
길가에서 지나가는 차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눈
가지런히 개켜진 옷에 얼굴을 파묻고 들이쉬는 코
낡고 두꺼운 앨범을 펼쳐보며 사진 속 누군가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손
자신이 기록해 둔 일기를 펼쳐 읽어보는 눈
달력에 표시된 날짜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세어보는 손
허공에 그리운 이름을 불러보는 입
흘러나오는 뉴스 앞 기도하는 두 손
온기를 품은 빛이 꿈틀거렸습니다.
“여기 와본 적 있는 것 같아요!”
그러자, 어떤 풍경이 펼쳐졌어요.
팽글팽글!
솜사탕 아저씨가 기계에 설탕을 넣자, 실처럼 가느다란 선들이 흩날렸어요.
둥실둥실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처럼 변했어요.
아이가 작은 손으로 솜사탕 막대기를 꼭- 쥐었어요.
“이것 봐! 엄청나게 커졌어!”
“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
아이들이 웃으며 솜사탕을 나누어 먹었어요.
잔뜩 겁먹은 눈을 가진 이에게 먹을 것과 물을 내어주는 손
냄새를 맡던 옷을 내려놓고 달려오는 아이를 안아주는 품
앨범에 한 손을 올려둔 채로 휴대전화를 대는 귀
새로운 페이지에 새로운 글을 써보는 손
큰 글씨로 만들어진 그림책의 제목을 한 자 한 자 짚어보는 손과 발음해 보는 입
달력에 표시된 날짜를 손으로 짚어본 후 나서는 뒷모습
뉴스 속 기뻐하는 사람들을 보며 안심하며 모으는 두 손
‘작았지만, 이렇게 커질 수도 있구나. 누군가의 기쁨으로’
바로 이곳.
속삭이는 말들 속에서
뻗는 떨리는 손에서
멀리 있는 것을 보듯 지그시 바라보는 눈에서
들여다보는 마음에서
눈에 띄지 않지만, 항상 함께였습니다.
그 목소리를 알아듣는 순간, 빛의 온기는 불꽃이 되었습니다.
어둠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더 이상 통째로 삼킬 수는 없었어요.
그때, 어떤 손이 빛을 향해 더듬대며 뻗었다 망설이길 반복했습니다.
‘나를 찾고 있나 봐.’
길을 잃은 누군가의 진짜 손이었죠.
“나는 언제나 여기 있어. 어디 가지 않아.”